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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딸깍’의 시대 속도전 이길 준비 됐나

Posted November. 29, 2025 07:24   

Updated November. 29, 2025 07:24


22일 경기 용인시에서 카카오임팩트와 브라이언임팩트가 주최한 ‘인공지능(AI) 톱(TOP) 100’ 경진대회는 정보기술(IT) 업계에서 화제였다. AI를 다루는 실력을 겨룬다고 하니, 평소 ‘생성형 AI 툴 좀 만진다’ 하는 사람들의 관심이 몰렸다.

출제된 문제는 이런 식이다. ‘무책임하게 떠난 전임자. 그의 디지털 흔적을 단서로 하루 만에 업무 현황을 파악하고 인수인계 문서를 완성하라.’ 일상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대처법이었다.

눈에 띄는 건 이 대회 본선 100명의 참가자 중 절반 이상이 비(非)개발자였다는 것이다. 지난달 진행된 예선에는 자영업자, 소방관, 농부, 프로듀서(PD), 경찰도 있었다고 한다. 비슷한 문제 해결형 대회인 ‘해커톤’이 몇 년 전까지 개발자의 무대였던 것과는 다른 풍경이다.

‘딸깍’의 시대는 이미 열렸다. 딸깍은 AI로 누구나 쉽고 빠르게 원하는 걸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종종 찍어내듯 대충 만든다는 부정적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비개발자도 몇 번의 클릭과 프롬프트(지시문)만으로 간단한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어 쓸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은 자명해 보인다. 사람들은 이런 행동에 ‘바이브 코딩(일반 언어로 대화하듯 코딩하는 것)’이라는 멋진 이름도 지어줬다.

정말 누구나 가능한 걸까. 구글이 18일 공개한 ‘제미나이3’에 프롬프트를 날려봤다. 오픈AI의 챗GPT를 위협한다는 최신 모델이다. ‘메모, 투 두 리스트(To do list·해야 할 일), 생성형 AI 채팅 창으로 구성된 업무 보조 앱을 만들어 달라’는 내용이었다. 프롬프트의 길이는 343자. 제미나이는 1분 정도를 생각한 뒤 다소 어려운 용어들을 내뱉더니, 나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제미나이가 시킨 대로 파일을 만들고, 주어진 코드를 그대로 복사해 붙여 넣었다. 사소한 오류로 네 번 정도 더 대화가 오가고 나니 당장 사용 가능한 앱이 완성됐다. 원하던 기능은 99% 작동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딱 한 시간. 미세한 조정까지 마치고 나니 정확히 한 시간이 더 걸렸다. 내게 필요한 기능만 넣은 앱이니 만족도가 낮으려야 낮을 수가 없어 실제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제미나이3 성능에 놀란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는 6.3% 뛰었다. 이날 나스닥 지수는 2.7% 뛰었는데 이를 두고 ‘제미나이3 효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딸깍’의 속도를 뒷받침하는 생성형 AI 발전 속도는 기함할 지경이다. IT 업계에선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그나마 4년 만에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가 복원돼 AI 민생 10대 프로젝트 추진안 등이 논의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정부 주도 사업은 실효성과 속도 면에서 우려가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26년 예산안은 AI 시대를 여는 첫 번째 예산”이라고 했다. AI 기술 발전이 미국과 중국 양강 구도로 숨 가쁘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우리도 ‘딸깍’에 버금가는 신속함을 보여 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