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납품하던 업체들이 파산해 대금을 못 받고 있어요. 대금 결제가 너무 많이 밀려 정확히 얼마나 밀렸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5일 경기 시흥의 국내 최대 철강유통단지 ‘스틸랜드’에서 만난 한 철강제조 중소기업의 대표 김모 씨는 자금난이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김 씨는 “2년 전부터 세금 약 3000만 원도 못 내고 있어 추가 대출도 받을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에 중국발 저가 공급과잉, 내수부진이 겹치며 제조 중소기업 자금난이 악화되고 있다. 중소기업 은행 연체율도 금융위기 수준으로 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IBK기업은행의 올해 3분기(7∼9월) 대출 연체율은 1%로,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9년 1분기(1.02%) 이후 최고치로 집계됐다. 3분기 기업 대출만 따져보면 연체율은 1.03%로, 2010년 3분기(1.08%)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았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전체 여신의 82.9%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경영 여건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결과”라면서 “건전성 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다방면의 연체 감축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올해 3분기 평균 0.53%로, 2017년 1분기(0.59%) 이후 최고치였다. 내수 부진이 심화되고 있는 지방의 5대 은행(BNK부산·경남·iM뱅크·광주·전북) 연체율은 더 심각하다. 이들의 올 3분기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1.1%로 시중은행의 2배가 넘었다.
중기 연체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대출 원리금을 제때 못 갚을 정도로 자금난이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운전자금 부족과 더불어 경영난을 더욱 심화시키며 실물경제 전반으로 파급력이 확산될 수 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중소기업정책연구실장은 “국가경제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중소 제조업체들이 고꾸라지면 국가경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면서 “중소기업들이 경기 회복 국면까지 버티도록 정책자금을 공급하고 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