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65)이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로 1조3808억 원을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64)에게 줘야 한다는 항소심 판단이 대법원에서 뒤집어졌다. SK㈜ 주식을 비롯한 4조 원대 재산 형성 과정에 노 관장의 기여도를 적게 인정하면서 재산 분할 금액을 다시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16일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 상고심 선고에서 재산분할과 관련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지난해 7월 사건이 접수된 지 1년 3개월 만이다.
지난해 2심 법원은 부부의 총재산이 4조114억1200만 원이라고 보고 이 중에서 35%가 노 관장 몫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런 판단에 오류가 있다고 봤다. 2심은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종현 SK 선대회장에게 자금 300억 원을 지급해 SK(당시 선경) 각종 사업에 쓰였기 때문에 노 관장이 SK의 가치 증가나 경영 활동에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를 잘못됐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이 1991년경 최 선대회장에게 300억 원 정도의 금전을 지원했다고 보더라도, 이 돈의 출처는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수령한 뇌물로 보인다”며 “노 전 대통령의 행위는 법적 보호 가치가 없는 이상 이를 재산 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 내용으로 참작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35%로 판단된 노 관장 몫 재산 분할 비율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 2심과 달리 최 회장이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등에게 증여한 재산 9942억 원은 부부 관계 파탄 전에 이뤄진 경영 활동의 일환이기 때문에 분할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노 관장에게 돌아갈 재산은 수천억 원대로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위자료 20억 원은 그대로 확정됐다.
판결 직후 최 회장 측 대리인은 “항소심 판결에서의 여러 가지 법리 오해나 사실 오인 등 잘못이 시정될 수 있어서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관장 측 변호인은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했다. 2018년 2월 시작된 이혼 소송이 다시 파기환송심을 맡게 된 서울고법 가사부로 넘어가면서 최종 결론이 이르면 내년 중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송혜미기자 1am@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