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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쌀-차 내주고 관세 25%→15%로… 한, 일처럼 ‘10%P 인하’ 목표 협상

일, 쌀-차 내주고 관세 25%→15%로… 한, 일처럼 ‘10%P 인하’ 목표 협상

Posted July. 24, 2025 08:16   

Updated July. 24, 2025 08:16


미국과 일본이 22일(현지 시간) 무역 협상을 전격 타결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앞서 일본에 책정한 25%의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췄다. 특히 양보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도 앞서 4월부터 부과된 25%에서 절반인 12.5%로 인하했다. 이에 일본산 자동차의 관세는 기존 2.5%의 관세를 더해 총 15%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이 자동차와 트럭, 쌀과 일부 농산물 등에서 자국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라며 “역사상 최대의 무역 협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일본은 미국에 5500억 달러(약 758조 원)를 투자할 것”이라며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 방식에 대해선 추가 설명이 없었다.

그는 합의 발표 직후 백악관에서 가진 행사에선, 일본 정부가 미국 알래스카에서 액화천연가스(LNG) 합작사업(joint venture)에 나서기로 한 사실도 밝혔다. 약 60조 원 규모의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는 것. 미국은 1300km의 가스관을 건설하는 이 프로젝트에 한국도 참여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이날 일본이 얻어낸 15%의 관세율을 “대미(對美) 무역흑자 국가들 중에선 지금까지 가장 낮은 숫자”라며 일본이 협상에서 선전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또 이번 합의에서 일본 농업을 희생시키지 않은 점도 부각했다. 그는 미국산 쌀의 경우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최소시장접근’(MMA) 물량 안에서 일단 미국산 비중을 늘려 수입을 확대해 나갈 것을 시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에 보내는 관세 서한을 앞서 7일 가장 먼저 공개하는 등 그동안 한일을 동시에 압박해 왔다. 하지만 이날 일본과의 합의만 먼저 발표하면서, 우리 정부가 느끼는 부담감은 커졌다. 정부는 25일 예정된 ‘한미 2+2 재무·통상 고위급 협의’에서 쌀·소고기 시장 개방과 알래스카 LNG사업 프로젝트 참여 등은 일단 논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제조업 협력 등 다른 분야에서 유력 협상안을 우선 테이블에 올리고 민감한 쟁점 사안은 전략 카드로 삼아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조선업 등 제조업 분야에서의 협력을 핵심 카드로 내놓을 가능성도 높다.

한편 이번 미국과 일본의 합의가 하나의 ‘기준점’이 될 수 있는 만큼 우리로선 나쁠 게 없단 기류도 정부 내부에서 감지된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일본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됐던 자동차 관세율 인하를 얻어냈고, 농산물 수입도 어느 정도 방어했다는 건 우리에게도 나쁜 소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실은 미일 관세 협상 타결에 대해 “미일 협상 결과의 세부 내용은 파악 중이며 우리 정부 협상에도 참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