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11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야당 단독으로 선출한 지 하루 만인 11일 상임위 가동에 나섰다.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장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이달 안으로 당론 1호 법안인 ‘채 상병 특검법’과 민생회복지원금 법안을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방송3법’과 ‘전세사기특별법’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달 중 국회 대정부질문을 실시하는 한편 필요한 사안에 대해선 국정조사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밤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혼란에 빠진 모습을 이어갔다. 민주당의 ‘상임위 독주’에 대해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거부권 명분이 더 확실해졌다”고 맞서면서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여야 충돌에 이은 입법부와 행정부 간 극한 대립이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그동안 상임위에서 합의 처리된 법안조차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사장된 법안이 너무 많았다”며 “하루가 급하고 한시가 급한 상황인데 원 구성 합의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회 기능을 장시간 작동하지 못하도록 방치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했다. 법사위에 직접 속도전을 주문한 것.
민주당은 의총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방송통신위원회 운영 구조를 바꾸기 위한 방송 관련법과 채 해병 특검법, 전세사기특별법, 민생회복지원금법 등 4개 법안을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이달 24, 25일엔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26∼28일엔 대정부질문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11일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 넘게 의원총회를 열어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의총에선 집단행동 방안 등이 주로 거론됐던 전날 의총과 달리 “차라리 원내 상임위에 들어가 야당과 맞붙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앞으로 의총을 매일 진행하기로 했다”고 했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이달 중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질문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민주당이 하면 모든 것이 다 될 수 있다는 오만함”이라며 “의총을 통해 의사일정을 일방 통보하듯이 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도 “민주당의 힘자랑 일변도의 국회 운영”이라고 날을 세웠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이 의회 민주주의 본령을 외면하면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명분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이 여야 합의 없이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할수록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강성휘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