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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상업부동산 위기, 韓금융사로 확산

Posted February. 14, 2024 07:59   

Updated February. 14, 2024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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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A시중은행의 해외 대체 투자 담당자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 폭락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의 심장부인 뉴욕 맨해튼 지역에 가장 안전하다는 선순위 대출을 했지만, 자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부실자산 위주로 인수하는 미국 현지 펀드와 가격 협상에 나섰지만 생각보다 낮은 가격 때문에 매각 결정을 내리지도 못하고 있다. 해외 부동산은 통상 담보인정비율(LTV) 60%까지 선순위 대출로 채워진다. 선순위 대출의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건 자산 가격이 60% 이상 폭락했다는 뜻이다. A은행은 선순위 대출을 비롯한 미국 부동산 투자 자산이 1조 원에 달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4대 금융지주가 8조9934억 원가량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2022년(5조2079억 원)보다 71.4%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미국 등 글로벌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사전 대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지주별로는 KB금융이 가장 많은 3조1464억 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이달 7일 실적 발표 이후 “해외 부동산의 부실률이 0.2%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최근 가장 안전하다는 선순위 대출까지 손실이 예상되면서 역대급 충당금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2조2512억 원), 우리금융(1조8807억 원), 하나금융(1조7148억 원) 등도 1조 원이 넘는 충당금을 쌓았다.

투자업계에서는 미국 등 해외 부동산의 가격 하락 추세를 고려하면 국내 금융기관들이 올해엔 더 많은 충당금을 쌓아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내 금융사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규모는 55조8000억 원에 달하는데 이 중 25%에 해당하는 14조1000억 원이 올해 투자 만기가 도래한다. 최근같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는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은행이나 보험사 등의 자기자본을 고려하면 손실이 나더라도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위기가 번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금력이 부족한 일부 중소형 증권사나 캐피털사 등은 생존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해외 부동산 자산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며 “투자 기관들끼리 조율해서 부실 자산을 신속하게 정리하고, 우량 자산은 추가 투자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