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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8%대 물가상승 쇼크… ‘인플레’ 한순간도 방심 말라는 신호

美 8%대 물가상승 쇼크… ‘인플레’ 한순간도 방심 말라는 신호

Posted September. 15, 2022 07:54   

Updated September. 15, 2022 07:54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했다. 미국 노동부가 13일 밝힌 8월 미 소비자물가상승률은 8.3%로 시장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높았다. 인플레이션이 계속 될 것이라는 우려에 한국과 세계 증시가 동반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13년 5개월 만에 1390원선을 돌파했다. 어제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예정에 없던 비상경제회의를 열어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시장을 예의주시해 달라”고 주문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높아진 것은 주택 임대, 의료서비스, 신차, 식품 등 다양한 분야의 가격이 동시다발적으로 오른 결과다. 고물가가 일부 품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당초 인플레이션의 주된 원인은 공급망 위기에 따른 유가 급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한 때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른 국제 유가가 8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물가 정점론이 고개를 들었지만 이번 물가 쇼크로 설득력을 잃게 됐다.

 고물가에 따른 고환율 충격으로 국내 기업에는 비상이 걸렸다. 달러 빚이 많은 배터리·석유화학업계는 환율 급등으로 외화 표시 부채가 크게 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반년 동안 달러 표시 부채가 8000억 원 이상 늘었다.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대금을 달러로 결제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각각 350억 원과 284억 원의 환차손을 입고 있다. 과거 자동차업계는 환율 상승 시 수출 경쟁력이 높아졌지만 지금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매출은 별로 늘지 않고 원자재 가격 부담만 커지는 상황이다.

 미국에선 다음주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에 그치지 않고 1%포인트 올리는 울트라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물가 쇼크를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당분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예고하며 “빅스텝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인플레 우려가 다시 커지는 등 여건이 바뀐 만큼 한은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화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기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이어진 ‘유동성 파티’를 정상화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긴축의 시대를 금방 벗어나기 힘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