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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정부에 빚만 잔뜩 떠넘긴 文 마지막 시정연설

다음 정부에 빚만 잔뜩 떠넘긴 文 마지막 시정연설

Posted October. 26, 2021 07:35   

Updated October. 26, 202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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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임기 마지막으로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604조 원 규모로 확장 편성한 내년 예산안을 설명하고, 국정 전반의 소회를 밝히는 자리였다. 현 정부 5년 만에 정부 지출이 50% 늘어 나랏빚은 사상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게 됐다. 정부는 임기 내내 빚으로 선심성 복지·고용 예산을 증가시켜왔다. 마지막 시정연설도 ‘돈을 써야할 이유’만 잔뜩 담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정 포퓰리즘’이 만든 부담은 차기 정부와 국민의 몫으로 남게 됐다.

 문 대통령은 “내년 예산은 코로나 위기로부터 일상과 민생을 완전히 회복하기 위한 예산”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현 정부 재정운용은 낙제점에 가깝다. 200조 원을 돌파한 복지·고용 예산은 일회성 현금 지원에 집중돼 있다. 4년 간 약 100조 원을 일자리 예산으로 쓰고도 구직포기자가 사상 최다인 게 현실이다. 코로나 대응 등 돈이 필요할 때마다 “재정은 탄탄하다”며 예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려는 노력은 전혀 없었다.

 헤픈 씀씀이는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고용보험료는 2019년에 이어 내년에 또 오른다. 단기 일자리 사업에 고용 기금을 쓰면서 적자가 누적된 탓이다. ‘문재인 케어’로 무리하게 건강보험 적용 대상을 늘리면서 보험요율은 5년 연속 상승했다. 심지어 건보 재정은 다음 정부에서 고갈될 위기다. 이런데도 문 대통령은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상당히 낮췄다”고 했다. 이러니 자화자찬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정부 재정에서 가장 줄이기 힘든 게 공무원 인건비와 연금이다. 현 정부에서 공무원은 약 12만 명 늘어났다. 이전 두 정부에서 늘어난 공무원의 2배를 넘는다. 고비용 구조는 갈수록 굳어지는데 연금 개혁은 외면한다. 선심은 현 정부가 베풀고, 숙제는 다음 정권에 떠넘긴 셈이다.

 문 대통령은 “세수 규모는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보다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하지만 세수를 낙관하기에는 경제 여건이 심상치 않다. 공급망 위기, 물가 상승, 미국 긴축 등은 국내 경기를 뒤흔들 수 있다. 세수를 보수적으로 보고 씀씀이를 관리하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나랏빚을 관리하도록 만든 재정준칙마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나라 곳간이 비어간다”면서도 예산 확대를 멈추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재정건전성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고심했다”고 하지만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 차기 정권은 빚을 잔뜩 떠안은 채 쓸 곳이 넘쳐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이 모든 부담은 결국 기업들과 국민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