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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무기

Posted August. 10, 2021 07:29   

Updated August. 10, 2021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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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박물관에 가보면 인기 있는 컬렉션이 중세 기사의 갑옷이다. 그중에서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싸는 풀 플레이트 메일(판금갑)은 밀리터리 마니아에겐 로망의 경지다. 고급 갑옷은 거의 주문 제작이므로 갑옷마다 장식과 소소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미적 감각도 뛰어나다. 국왕과 왕자용 갑옷은 실전도 중요하지만 퍼레이드에 사용할 효과도 빼놓을 수 없으니 강력함과 우아함을 아우르는 실루엣을 갖춰야 했다.

 명품 갑옷, 왕과 귀족의 갑옷들을 국가별로 보면 또 특징이 다르다. 독일 갑옷을 만져 보거나 두드려 보지는 못했다. 유럽에서도 소문난 대장장이들의 합금 기술 덕에 강철은 우수한 것 같은데, 디자인이나 장식은 볼품이 없다. 멋을 부리거나 동물 조각을 넣은 것을 보면 차라리 넣지 않는 것이 좋았겠다 싶을 정도로 안쓰럽다.

 예술의 나라라는 선입견과 다르게 프랑스 갑옷들은 의외로 풍부하고, 실용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다. 제일 놀라운 건 이탈리아 제품이다. 황금빛 갑옷에 투구, 몸체, 방패까지 어마어마한 조각과 장식. 정말 전쟁터에 저런 예술품을 입고 나갔을까 하는 의문이 절로 든다. 아무리 부유하다고 해도 작품이 아까워서 입고 나가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정말 입고 나간 사례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더 놀랐다. 전장에서 노획되어 적국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경우도 있다. 어쩌면 매입한 물건일 수도 있긴 하다. 아무튼 이해하기 힘들다. 왜 이렇게 과하고 수준 높은 조각을 갑옷에 입혔을까?

 현대 무기는 중세 장비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다. 디자인도 꽤 비중이 높아졌다. 항공기, 전차, 제식 소총까지 성능 못지않게 디자인도 날이 갈수록 중요해진다. 우리 모두가 귀족이 된 것일까? 아니면 20세기 세상을 흔들었던 징병제 시대가 지나고 이제 군인이 특수한 전사들의 직업이 되면서 무기에서도 디자인을 중시하는 기사, 귀족 마인드가 되살아난 것일까?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