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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삭 감독 “할머니께서 심었던 미나리가 축복이 된 듯”

정이삭 감독 “할머니께서 심었던 미나리가 축복이 된 듯”

Posted March. 18, 2021 07:21   

Updated March. 18, 2021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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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께서 물가에 심었던 미나리가 잘 자라 제게 축복이 된 것 같습니다.”

 영화 ‘미나리’의 리 아이작 정 감독(43)이 17일 국내 배급사 판씨네마를 통해 전한 소감이다. 15일 발표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에서 미나리는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여우조연상, 남우주연상, 음악상까지 모두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지난해 작품상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이어 한국어 영화로는 두 번째로 아카데미 작품상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정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한 여정을 힘겹게 지나오는 동안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오스카의 순간들이 왜 끝없는 감사 인사로 가득 차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아칸소 농장 집을 사랑으로 가득 채워 주셨던 어머니, 아버지, 누나에게 특별히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후보(여우조연상)가 된 윤여정(74)과 관련해 “세계 무대에서 윤여정 선생님의 작품이 영예를 누리는 역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지해준 한국 관객에게도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정말 가족 같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의 소감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배우상 후보(남우주연상)에 오른 스티븐 연(38)은 “지난 몇 년과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우리의 인생은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 훌륭한 배우 및 제작진과 인생을 공유할 수 있었기에 행복했고 저는 그저 그들 덕분에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나리의 주제가인 ‘레인송’으로 아카데미 주제가상 예비 후보에 들었지만 최종 후보 문턱을 넘지 못한 한예리(37)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것 같아 기분 좋다. 모두가 이뤄낸 성과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다 같이 식사를 하던 집과 사람들이 그립다. 매일 촬영이 끝나면 그날 찍은 장면들을 정리하며 내일을 위해 서로를 응원하고 다독였던 식사 시간이 제일 많이 생각난다”며 촬영 현장에 대한 애틋함을 표했다.

 스티븐 연과 한예리의 아들을 연기한 앨런 김(8)은 “엄마 아빠가 ‘미나리 노미네이트 되었다’고 해서 많이 기뻤는데 6개나 되었다고 해서 정말 깜짝 놀랐다. 미나리 패밀리 전부 다 만나서 줌 미팅을 했는데 너무 보고 싶고 좋았다. 정말 신난다”고 귀여운 소감을 전했다.


김재희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