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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훈련 축소에 돌아온 北답이 “태생적 바보”

한미훈련 축소에 돌아온 北답이 “태생적 바보”

Posted March. 17, 2021 07:29   

Updated March. 17, 2021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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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이 어제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며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태생적인 바보” “미친개”라는 막말을 쏟아내며 “임기 말기에 들어선 남조선 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는 “시작부터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향해서도 거칠게 날을 세웠다.

 정부는 이번 한미훈련을 야외 기동 없이, 방어적 성격의 컴퓨터시뮬레이션 훈련으로 축소해 실시했지만 김여정은 이를 평가하기는커녕 조롱으로 응수한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 고위 당국자는 “남북 정상이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을 확인하는 것이 목표”라며 남북정상회담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계속되는 북한의 대남 때리기와 위협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이 정부가 꿈과 이상에 취해 현실감각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 지 의문을 갖게 한다.

 김여정이 미국 국무, 국방 장관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담화를 낸 것은 북한의 상투적인 수법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방한에 맞춰 담화를 내기도 했는데, 결국 북한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는 것이다. 김여정이 “앞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라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은 문 정부가 제재 완화 같은 것을 미국에 설득해달라는 압박이자 바이든 행정부도 이에 진전된 입장을 보이라는 요구와 다름없다. 이는 코로나19 사태와 무역봉쇄로 인한 북한의 고통이 그만큼 뼈아프다는 뜻일 수도 있다.

 북한의 한미를 향한 격한 대응은 괘씸하지만 그렇다고 북한의 압박 술책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간 정체된 북-미 간 비핵화 대화를 재개하는 것으로 이번 한미의 만남에서는 이런 실마리를 푸는데 논의가 집중돼야 할 것이다. 북한도 대화 분위기 조성을 헤치는 경박한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 이런 행동은 미국 정권교체 이후에도 미약하게나마 이어져온 북-미 간 신뢰의 끈이 약해지는 자충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