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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싶다, 호아킨 소로야의 바다로

Posted August. 11, 2020 07:54   

Updated August. 11, 2020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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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로의 여행이나 해변에서의 물놀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가 여러모로 조심스러운 때다. 지난주 출간된 ‘바다, 바닷가에서: 호아킨 소로야가 그린 바다의 삶과 풍경’(HB프레스)은 흐린 빗물로 엉클어지지 않은 푸른 바다의 평온한 기억을 상기시키는 화집이다.

 스페인 화가 호아킨 소로야(1863∼1923)는 동부 해안도시 발렌시아에서 태어나 거의 늘 바닷가에 머물면서 그곳의 풍광과 인물들을 화폭에 담아낸 인물이다. 그는 화구와 캔버스를 들고 해변으로 나가 눈앞에 펼쳐진 이미지를 빠르게 기록하듯 그렸다.

 소로야가 남긴 작품 표면의 안료에는 해변의 바람에 날려 온 모래알이 더러 섞여 굳어 있다. 이불빨래를 널듯 커다란 캔버스를 밧줄로 고정한 채 모자를 눌러쓰고 백사장에 서서 바쁘게 붓을 움직이는 그의 모습을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20세기 초 수도 마드리드에서 큰 인기와 명성을 얻었지만 1912년부터 7년간 미국에서 의뢰받은 대형 작품을 완성하는 작업에 매진하다가 건강을 잃었다. 뇌중풍에 시달리다 사망한 후 잊혀졌다가 2009년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 회고전의 성공을 계기로 독일 뮌헨, 영국 런던에서 잇달아 기획전이 열리며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책에는 모래사장을 산책하는 아내와 큰딸을 그린 ‘바닷가 산책’(1909년), 물에 젖어 반짝이는 맨몸을 드러낸 채 물놀이에 열중하는 아이들을 묘사한 ‘해변의 소년들’(1909년), 거친 풍랑이 이는 바다의 풍광을 담은 ‘산세바스티안의 방파제’(1918년) 등 60여 점의 작품을 묶었다.

 온갖 사회 갈등에 물난리까지 겹친 상황에서 평화로운 외국 해변의 반짝이는 햇살을 담은 그림을 바라보는 것은 시기적절하지 않은 행위일까. 소로야가 활발히 작업한 시기는 스페인이 필리핀 등지에서 미국과 벌인 전쟁에서 참패해 온 나라가 우울한 침체기에 빠졌던 때였다. 틈만 나면 마드리드를 떠나 고향 바닷가로 돌아온 화가는 삶의 에너지를 회복할 희망의 이미지를 그곳에서 찾으려 한 것일지도 모른다.


손택균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