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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나 없으면 혼란” 경품 내걸고 투표 독려

푸틴 “나 없으면 혼란” 경품 내걸고 투표 독려

Posted June. 23, 2020 07:38   

Updated June. 23, 2020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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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68·사진)이 “7월 1일 국민투표에서 개헌안이 통과되면 2024년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종신집권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권력 누수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걸었다. 러시아 정부는 아파트, 자동차, 스마트폰 등 각종 경품을 내걸며 투표를 독려하고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21일 국영 ‘로시야1’TV 인터뷰에서 재출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헌법이 개정되면 출마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또 “솔직히 말해 헌법 개정이 없으면 2년쯤 후 여러 권력기관에서 본연의 업무를 하는 대신 내 후계자를 찾으려고 여기저기로 눈을 돌릴 것”이라며 “지금은 일을 해야 할 때”라고도 했다.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해 개헌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러시아 헌법은 3연임을 금지하고 있어 현 임기는 2024년 끝난다. 개헌이 이뤄져 3연임 금지 조항이 사라지면 푸틴은 2024년 대선에 재출마할 수 있고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추가로 연임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84세인 2036년까지 집권하게 돼 사실상 종신집권이다.

 당초 올해 4월 22일 개헌안 찬반 국민투표가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7월 1일로 연기됐다. 러시아 정부는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한꺼번에 몰리면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달 25일부터 사전투표를 실시한다.

 또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푸틴 정권은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경품 외에도 공무원과 국영기업 직원들에 대한 압박까지 가하고 있다. 일부 공무원, 교사, 공기업 직원들은 유권자 등록을 완료했다는 증거를 제출하라는 지시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인사들은 아직도 일일 8000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코로나19 창궐 위험이 여전한 상황에서 푸틴 정권이 투표를 강행하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아나스타샤 바실리예바 의사노조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국민 생명보다 우선시한다”고 비난했다. 사전투표 전날인 24일 대대적인 제2차 세계대전 전승기념일 퍼레이드까지 열려 상당한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투표를 강행하는 푸틴 정권의 행보가 역설적으로 높은 불안감을 방증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푸틴의 20년 장기집권에 대한 피로감,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저유가 등으로 올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년 대비 ―6.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20년 만의 최저치인 59%를 기록했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