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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에 함께 맞서자“... EPN 참여 원칙과 실익 면밀 검토해야

美 “中에 함께 맞서자“... EPN 참여 원칙과 실익 면밀 검토해야

Posted June. 13, 2020 09:06   

Updated June. 13, 202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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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은 11일 중국에 맞서는 새로운 경제블록 구상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에 한국이 참여해줄 것을 요청하며 중국의 보복 조치에 직면할 경우 “미국은 한국을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미국 중 선택하라는 게 아니다. 선택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결국 어느 쪽을 신뢰하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크라크 차관의 발언은 그간 미국이 추진해온 EPN 구상과 화웨이 제재 등 중국 견제 정책에 한국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요청이다. EPN은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 주도의 새로운 글로벌 공급사슬(GSC)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세력권 확장에 맞선 미국의 안보전략이 인도태평양전략이라면, EPN은 경제 차원의 중국 견제전략이다. 여기에 미국의 동맹으로서 한국이 참여해야 한다는 본격적인 압박인 것이다.

 미국은 중국식 국가주의적 자본주의에 맞서 민주주의와 인권, 투명성, 지적재산권 보호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자유주의적 자본주의 국가 간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문제는 EPN 구상은 아직 전혀 익지 않은 과일로 보인다는 점이다. 중국 배제 이외에는 어떤 구속력을 가진 형태가 될지, 그 협력 내용은 무엇인지 제대로 구체화된 게 없다. 오직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을 배제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적 판단만 두드러질 뿐이다.

 참가국들에 대한 중국의 보복 우려에 대해 미국은 “뭐든 돕겠다”고 한다. 미국이 나선다면 중국 보복에 맞선 충분한 대항력과 보상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EPN 참여는 중국의 보복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산업구조 전반의 변화를 요구하는 사안이다. 특히 우리에겐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당시 제3자연하던 미국의 태도가 여전히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미국이 내건 대로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연대에 동맹국인 한국이 빠질 이유는 없다. EPN을 현재 중국 의존도가 높은 수출과 생산을 다변화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자 세계 최대 시장에 완전히 등을 돌리는 것은 가능하지 않고 미국도 그렇게까지 요구하진 못할 것이다. 범정부, 나아가 산업계 의견을 모으면서 참여의 원칙과 수준, 실익, 국제적 동향을 면밀히 따져가며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