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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대남 비난’에도 김정은 ‘침묵’...북한식 ‘투트랙 전술’?

김여정 ‘대남 비난’에도 김정은 ‘침묵’...북한식 ‘투트랙 전술’?

Posted June. 09, 2020 08:04   

Updated June. 09, 2020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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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4일 ‘대남 비난 담화’ 발표 후 첫 공개 행보에 나섰으나 대남 언급은 하지 않아 그 배경이 주목된다. ‘대남 총괄’ 김여정을 대남 비난의 선봉에 내세우면서 본인은 한미의 반응을 살펴보며 메시지를 조절하는 일종의 ‘양동작전’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7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회의가 열렸고 주로 경제와 인사 문제가 거론됐다고 노동신문은 8일 전했다. 김 위원장은 ‘화학공업 전반을 추켜세우기 위한 당면 과업’ ‘수도시민의 생활 보장의 문제’ 등 자력갱생과 민생정책을 언급했을 뿐 한미 등과 관련한 대외 정책을 거론하지 않았다. 김여정이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담화를 통해 맹비난하고, 이어 통일전선부가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결단코 폐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북한 각지에서 대남 규탄대회가 이어지는 가운데 김 위원장은 대남 메시지를 아낀 것.

 이에 김정은-김여정의 역할 분담을 통한 ‘이중 플레이’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앞서 김 위원장은 3월에도 김여정이 담화를 통해 청와대를 두고 “겁먹은 개” “저능하다”는 등 맹비난을 한 지 하루 뒤 문재인 대통령에 친서를 보낸 바 있다. 똑같은 대남 전술 패턴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남주홍 경기대 석좌교수는 “할 말은 다 하면서도 대외적으로 (최고지도자의) 메시지는 톤다운하는 전형적인 대남 전술”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6·15선언 20주년을 맞는 다음 주 추가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의 남북관계에 큰 불만을 갖고 있는 북한 입장에선 관계를 단절하고 싶다는 상징적인 강경 메시지를 보내기에 이때가 적기라는 것이다. 남 교수는 “일주일 정도 남쪽의 반응을 지켜보고 6·15와 맞물려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폐지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기재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