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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갈등 속 시진핑 방한에 매달려선 우리 외교 길을 잃는다

美中갈등 속 시진핑 방한에 매달려선 우리 외교 길을 잃는다

Posted May. 15, 2020 07:40   

Updated May. 15, 2020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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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그제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금년 중 방한하는 데 대한 굳은 의지는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중관계에서 시 주석 방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이번 통화는 시 주석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양국 정상의 통화는 미중 갈등이 다시 격화되는 미묘한 시기에 이뤄졌다. 무엇보다 중국은 한국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한국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마무리하기 위해 시 주석의 조속한 방한을 원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중국 관영매체은 시 주석 방한과 관련한 내용은 전하지 않은 채 양국이 코로나19 공동방역을 두고 ‘비바람 속에서도 한 배를 타고 있다(風雨同舟)’고만 했다.

 코로나19 발원지를 둘러싼 미중 대립은 모든 분야에서 확전을 예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을 거론하며 관세 부과는 물론이고 중국에 편중된 글로벌 공급망을 바꾸겠다며 동맹국들의 협조를 요청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넘어 국제적 무역질서의 재편까지 예고한 셈이다. 이런 갈등 국면에서 한국이 어느 한쪽 편을 들다간 무역 보복을 당하거나 외교안보 공조의 틀이 흔들리는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미중은 벌써부터 글로벌 편 가르기에도 나섰다.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주요 동맹국 외교장관들을 모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의 리더십을 따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중국도 전면 대응을 시작했다. 중국은 미국 편을 들어 국제조사를 요구한 호주에 대해 쇠고기 수입금지로 보복에 나섰다. 지난해 미중이 화웨이 제품 사용을 두고 국제사회에 선택을 강요하던 일이 보다 큰 폭으로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연말 미국 대선 때까지 계속될 이번 미중 갈등은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파장을 낳을 수 있다. 미중 갈등이 무역전쟁에만 집중된다면 우리 경제의 체질 강화로 버틸 수 있겠지만, 이를 뛰어넘는 국제질서 전반의 변동을 낳는다면 선택지가 많지 않다. 양쪽의 러브콜은 우리의 헤엄칠 공간을 넓히는 대신 잘못 운신했다간 설자리를 잃게 되는 양날의 칼과도 같다.

 동맹을 돈으로만 판단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리한 방위비분담금 요구로 동맹 피로감이 생긴 것도 현실이다. 우리의 선택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런 때일수록 지혜로운 외교가 필요하다. 우선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한 우리 외교정책의 좌표를 분명히 하고 그 토대 위에서 한중협력의 구체적 수준을 정해야 한다. 그래야 미중 양국이 막연한 기대감으로 우리를 끌어들이기 위해 압박하는 대신 실제로 협력이 가능한 분야를 두고 협의에 나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