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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추적’ 동원된 美정찰자산, 방위비 압박으로 이어질듯

‘김정은 추적’ 동원된 美정찰자산, 방위비 압박으로 이어질듯

Posted May. 06, 2020 07:36   

Updated May. 06, 2020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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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변이상설에 휩싸였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추적하는 ‘정보전’에서 실력을 발휘한 미국 정찰자산이 추후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에서 미국의 압박카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한미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한반도에 최근 대거 전개된 미국 정찰자산을 두고 미국이 “한국에 도움을 줬다”고 주장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적절한 대응 논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11일 정치국 회의 참석 이후 잠적한 김 위원장의 동향을 파악하는 데 미국 정보자산이 역할을 했다는 데 한미 양국 모두 이견은 없다. 김 위원장이 1일 평안남도 순천 인비료공장 준공식 참석 때까지 모습을 감춘 20일 동안 최소 8종류의 미군 정찰기가 50여 차례 전개되며 북한 내 동향을 ‘현미경 감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하루 동안에만 미군 정찰기 5대가 한반도 상공에 출격하기도 했다. 감청 임무를 수행하는 미 육군 가드레일(RC-12X) 3대, 이동식발사대(TEL)의 움직임 등 동향을 감시하는 조인트스타스(E-8C) 1대, 북한 포병을 주로 감시하는 크레이지호크(EO-5C) 1대 등으로 구성도 다양했다. 김 위원장이 비료공장을 찾은 1일에도 총 4대의 미군 정찰기가 한반도에 투입됐다. 이런 미군의 그물망 감시 결과의 일부는 정부에 전달됐고, 정부는 자체 정보를 더해 “북한 내 특이동향이 없다”고 확신했던 셈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미군의 동북아 정찰자산 상당수가 한반도에 투입됐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 같은 미국의 정찰자산의 빈번한 전개가 한국의 방위비 인상 필요성을 노골적으로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한미 실무진은 3월 말 가까스로 △한국인 군무원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로 구성된 기존 SMA의 틀을 지킨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협상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찰자산이 한국에 도움을 줬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거론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의 협상대표인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선임보좌관은 협상을 둘러싼 한미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11월 “한국이 자체적으로 개발하지 못해 미국이 제공하는 ‘보완전력’도 (방위비 증액 요인에) 포함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요구가 재차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다 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외교 당국자는 “미국이 (최근 정찰자산 활용과 연계한) 요구를 추후 꺼내들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하더라도 SMA라는 협상 원칙이 있는 만큼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은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미국이 이 같은 압박을 가해 온다고 해도 우리가 반박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대응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군이 정찰자산을 통해 얻은 정보는 한국에도 도움이 됐지만 결국 미국이 한반도에서의 안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용도로도 활용된 것 아니냐”라며 “우리에게 정찰자산 추가 전개 비용을 온전히 부담토록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논리를 세워야 한다”고 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미국은 늘 한반도에 정찰자산을 전개해온 만큼 이번 김정은 신변이상설 정국에만 정찰자산의 효능이 유독 드러났다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기재 record@donga.com · 신규진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