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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0.5%P ‘빅컷’...금리인하 도미노 시작되나

美, 0.5%P ‘빅컷’...금리인하 도미노 시작되나

Posted March. 05, 2020 08:23   

Updated March. 05, 2020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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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사전 예고 없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하는 ‘빅 컷(Big cut)’을 단행했다. 긴급 금리 인하도, 한꺼번에 0.50%포인트를 낮춘 것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미국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연준은 3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낮춘 1.00∼1.25%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18일 예정된 정례 FOMC를 앞두고 이뤄진 기습 조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증시가 개장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바이러스 및 바이러스 차단 조치가 미국과 해외 경제에 당분간 영향을 줄 것”이라며 코로나19 충격이 크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준은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이 천명한 ‘베이비스텝’ 원칙, 즉 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바꾼다는 룰에 따라 금리를 조정해왔다. 12년 만에 이 원칙을 깬 것은 그만큼 미국 경제가 코로나19로 받은 충격이 크다는 의미다.

 연준이 금리 인하를 결정했지만 미국 주요 증시는 오히려 하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94% 떨어졌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2.81%)와 나스닥지수(―2.99%)도 약세를 보였다. ‘돈의 달인’으로 불리는 미 경제방송 CNBC 진행자 짐 크레이머는 “이번 금리 인하는 투자자들이 ‘와우, 코로나19 충격이 내 생각보다 훨씬 더 큰 모양이네’라고 느끼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시장을 살리려는 연준의 노력이 시장에 역효과를 냈다는 뜻이다. 통화정책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생산 차질, 소비 침체에 직접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만 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을 계기로 세계 각국의 정책 공조가 빨라지고 이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앞서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콘퍼런스콜(전화 회의) 후 내놓은 공동성명에서 “모든 적절한 정책 수단을 다 사용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한다. 적절한 재정적 조치 등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했다. 다만 유럽과 일본이 이미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해 정책 여력이 크지 않은 금리 조정보다는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아시아 지역 국가들은 한발 먼저 경기 부양책을 동원해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은 대출금리 하향 등 사실상 기준금리 인하 조치를 취했다. 홍콩도 코로나19 대응 예산을 편성하고 영주권자들에게 1만 홍콩달러(약 155만 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싱가포르는 타격을 입은 기업을 위해 감세 정책을 실시했다. 유럽에서 코로나19 충격이 가장 큰 이탈리아도 정부 재정을 투입해 경기 침체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의 움직임도 주목받고 있다. 4일 한은은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긴급간부회의를 열고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 등을 점검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상황이 급박해 금리 인하 시점에 따라 추경 효과가 커지거나 반감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은이 다음 금융통화위원회(4월 9일) 전에 임시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10월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인하한 적이 있다.


이건혁기자 gun@donga.com · 김자현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