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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마저 조급증, 비핵화는 사라지고 이벤트만 남길건가

트럼프마저 조급증, 비핵화는 사라지고 이벤트만 남길건가

Posted November. 19, 2019 07:38   

Updated November. 19, 2019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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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나는 당신이 있어야 할 곳에 데려다줄 유일한 사람이다. 빨리 행동해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 또 시기를 특정하지 않은 채 “곧 보자!”고 덧붙여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도 내비쳤다. 한미 국방장관이 태국에서 연합공중훈련 연기를 발표한 지 10시간 만에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손짓에 김정은이 즉답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지난달 초 스톡홀름 노딜 이후 멈춰 있는 북-미 실무협상은 머지않아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미는 최근 주거니 받거니 메시지를 교환했다. 북한이 연합훈련을 비난하자 미국은 ‘조정 가능’ 메시지를 냈고, 이를 북한이 긍정 평가하자 미국은 훈련 연기 발표로 화답했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대화를 재촉하고 나선 것이다.

 마치 미국은 화난 북한을 달래고 북한은 마지못해 호응하는 모양새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미국 국내정치를 보면 의회의 탄핵 청문회와 잇단 지방선거 패배로 코너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외교 이벤트로 관심을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반면 북한은 더욱 기고만장하다. 김정은은 잇달아 군 시찰을 하며 ‘전쟁준비’를 주문하는가 하면 영변 핵시설에는 특수궤도차량을 등장시켜 도발 움직임을 연출하고 있다.

 북한은 아예 대미 요구수준을 한층 높이고 있다. 한미의 연합훈련 연기 발표가 나온 직후엔 외무성 담화를 통해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가 북핵 논의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적대시 정책 철회’는 체제안전 보장과 대북제재 해제를 말한다. 거기엔 서방의 잣대로 북한 인권을 문제 삼지 말라는 협박도 들어있다. 우리 정부가 유엔 대북 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에서 갑자기 빠진 배경에는 이런 북한의 반발이 깔려 있을 것이다.

 미국은 일단 위기를 막고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앉혀 놓자는 의도겠지만 이렇게 대화에 매달리며 끌려가는 식이라면 제대로 된 비핵화 협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은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다. 하지만 북핵 해결은 사라지고 대화 자체가 목적이 되는 주객전도(主客顚倒)의 ‘정치 쇼’로 흐른다면 그건 위기를 뒤로 미뤄 더욱 키우는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