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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눈 밖에 나면 가차없이 경질...美행정부 ‘대행 체제’

트럼프 눈 밖에 나면 가차없이 경질...美행정부 ‘대행 체제’

Posted April. 10, 2019 07:44   

Updated April. 10, 2019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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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행정부 고위 인사가 잇따라 경질되거나 사퇴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행(acting) 체제’로 연명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장관이나 관련 조직을 상대로 ‘숙청’ 수준의 대대적 인사 교체가 이뤄져 정책 추진력 상실 및 조직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자신의 경호 책임자 랜돌프 앨리스 비밀경호국(SS) 국장을 해임했다. 비밀경호국은 국토안보부 소속 기관이다. 하루 전엔 앨리스의 상관인 키어스천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도 경질됐다. 이 때문에 대통령이 자신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은 국토안보부를 대대적으로 손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케빈 매컬리넌 세관국경보호청장이 국토안보부 장관 대행으로 임명되면서 현재 연방정부 15개 부(部·Department) 중 내무, 국방, 국토안보 3개 부서가 장관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도 대행이며 그의 이전 직책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도 공석이다. 미 연방항공청(FAA), 식품의약국(FDA), 중소기업청(SBA) 등 차관급이 수장인 주요 기관도 청장(국장) 대행 체제다.

 이 기관의 전직 수장들은 대통령에게 입바른 소리를 하거나 그의 요구대로 정책을 추진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법을 어기면서까지 자신의 정책을 밀어붙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막으려다 쫓겨났다는 게 미 언론의 분석이다. 닐슨 전 장관은 불법이민자 부모와 자녀를 떼어 놓는 정책을 두고 ‘국제법 및 법원 명령 위반’이라며 대통령을 설득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특히 그는 지난달 불법이민자 때문에 백악관에서 열렸던 회의에서 남부국경 입구를 폐쇄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나쁘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반기를 들었다. 격분한 트럼프 대통령은 닐슨 전 장관에게 고함치며 화를 냈다고 CNN은 전했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도 비슷한 일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기관의 정식 수장을 임명하지 않고 대행 체제를 고수하는 이유 역시 자신에게 좀 더 고분고분할 수밖에 없는 소위 ‘임시직’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공무(公務)를 우습게 아는 대통령에 의해 대행 체제가 남용되고 있다. 해당 부처의 정책 결정력 및 리더십을 마비시키고, 조직 수장의 권위를 대내외적으로 약화시킬 뿐 아니라 단기적 문제 해결에만 급급하게 만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대통령에게 ‘아니다(no)’라고 말할 사람이 누가 남았는가”라며 동조했다.

 행정부처 수장의 대행 체제는 인사 검증 및 승인권을 가진 의회의 힘을 약화시켜 헌법에 명시된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미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행정부 고위직 717개 중 현재까지 최종 승인이 난 자리는 불과 436개다. 나머지는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않았거나 아예 지명조차 되지 않았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