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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류현진 코리안 빅 리거들

Posted February. 26, 2019 07:50   

Updated February. 26, 201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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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두 시즌을 통째로 쉬었지만 ‘재능’은 여전했다.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이 “제대로 미쳤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음주운전 파문 등으로 4시즌 만에 시범경기에 출전한 피츠버그 강정호(32)가 시범경기에서 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며 건재를 과시했다.

 강정호는 25일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 레콤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와의 시범경기에서 5번 타자 3루수로 출전해 2번 타석에 들어서 2번 모두 홈런을 때려냈다.

 팀이 1-0으로 앞선 2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강정호는 2볼 2스트라이크에서 상대 선발 트레버 리처즈의 134km 체인지업을 호쾌하게 걷어냈다. 공은 좌중간 담장을 살짝 넘어갔고, 강정호는 3루 베이스를 돌면서 특유의 경례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두 번째 아치는 4회에 나왔다. 상대 투수는 최근 3시즌을 KBO리그 KIA에서 보낸 뒤 올해 미국으로 복귀한 헥터 노에시(32). 강정호는 1볼 1스트라이크에서 3구째 슬라이더(시속 135km)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겨 버렸다. 강정호는 6회 키브라이언 헤이스와 교체될 때까지 수비에서도 자신에게 날아온 공 세 개를 안정적으로 처리했다. 콜린 모런과 3루수 경쟁을 하고 있는 강정호는 공수 양면에서 코칭스태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강정호는 그해 15홈런을 쳤다. 무릎 부상으로 2016년 스프링캠프에 나서진 못했지만 시즌 중반 복귀해 21홈런을 날렸다. 하지만 그해 음주 뺑소니 사건을 일으키며 나락으로 추락했다. 2년을 거의 허송했고 지난 시즌 막판 3경기에 출전해 6타수 2안타를 친 게 전부였다. 

 하지만 올해 다시 기회를 얻자마자 거포 3루수로서의 자질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강정호는 “2016년에도 (5월 7일) 복귀전에서 홈런 2개를 쳤던 것을 기억하는 동료 프란시스코 세르벨리가 ‘8년 쉬고 와도 홈런을 치겠다’며 축하해 줬다”면서 “수비 컨디션도 좋은 만큼 시즌이 시작되면 경기 감각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호를 바라보는 현지 언론의 시선도 바뀌었다. 이달 중순 “두 시즌을 건너뛴 강정호에게 큰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던 피츠버그 지역 언론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는 이날 경기 후 “그가 주어진 기회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했다”고 말을 바꿨다. MLB.com도 “강정호가 첫 시범경기에서 일부에서 제기된 우려를 씻어냈다”고 전했다.

 LA 다저스 ‘괴물투수’ 류현진(32·사진)도 동갑내기 친구의 부활을 기뻐했다. 경기 후 연락을 취하며 서로를 격려했다는 류현진은 “오랜만에 복귀한 경기에서 그 정도 활약을 했다면 타고난 선수”라며 “한국 선수이자 친구끼리 맞대결을 하면 뜻 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류현진 역시 같은 날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올 시즌 순항을 예고했다. 류현진의 2월 등판은 2014년 이후 5년 만이다. 류현진은 “지난해보다 몸이 더 좋고 전체적인 제구도 잘 됐다”며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바람처럼 30경기 이상 출전해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으로 오기 전 한국에서 팬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 시즌 목표는 20승”이라고 말했다. 특히 팀의 1선발 클레이턴 커쇼가 최근 부상으로 시범경기에 등판하지 못하면서 류현진의 존재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탬파베이 중심 타자가 유력한 최지만(28)은 뉴욕 양키스전에 3번 타자 1루수로 출전해 1볼넷을 얻었다. 코리안 빅리거 맏형 추신수(37·텍사스)는 밀워키전에서 3타수 무안타 2삼진을 기록했다.


이원주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