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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왔다 하면 차트 1위... 아이튠스-빌보드 ‘케이팝 인플레’ 논란

나왔다 하면 차트 1위... 아이튠스-빌보드 ‘케이팝 인플레’ 논란

Posted November. 28, 2018 07:37   

Updated November. 28, 2018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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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콘 25개국 1위, 엑소 46개국 1위, 블랙핑크 41개국 1위, 제니 40개국 1위….

 근래 신작을 낸 케이팝 그룹·가수의 아이튠스 차트 성적이다. 각종 케이팝 노래들이 많게는 세계의 절반을 휩쓸며 울려 퍼지는 모양새다. 2012년 세계적 열풍을 이끈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아이튠스 차트 1위는 30여 개국에서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이렇다 보니 최근 아이튠스와 빌보드 차트에서 ‘케이팝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빌보드, 아이튠스 등의 차트는 충성도 높은 팬덤이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음악 소비 방식은 크게 CD 구매와 디지털 다운로드, 디지털 스트리밍으로 나뉜다. 스마트폰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CD 수준의 음질을 즐길 수 있는 요즘 환경에서 소비의 절대 다수는 스트리밍이 점한다. 반면, 각종 차트 산정은 여전히 다운로드와 CD 판매를 크게 반영한다. 빌보드 차트는 CD 1장 구매나 음원 10곡 다운로드를 1500회 스트리밍과 같은 소비량으로 계산한다.

 아이튠스 차트는 소수의 집중 소비에 영향을 받기가 더 쉽다. 소비량이 적은 다운로드 수에 바탕을 두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팝시장을 떠들썩하게 한 ‘크리스 우 파동’이 좋은 사례다. 중국 가수 우의 생일을 축하하려고 중국 팬들이 인터넷주소(IP) 우회를 통해 미국 아이튠스 스토어에서 음원을 무더기로 구매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오를 만한 양이었다. 그러나 빌보드는 자체 진상조사 끝에 우의 순위를 100위로 강등 조치했다. 한국 음악인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DFSB콜렉티브’의 버니 조 대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향후 빌보드에서 팬덤이 강한 가수의 음반에 대한 소비 활동 모니터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나온다”고 말했다.

 정상적 소비로 구축된 차트 성적도 냉정한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케이팝이 아이튠스 차트를 점령한 국가들 가운데는 캐나다, 브라질, 스웨덴도 있지만 비교적 작은 나라의 비율이 많게는 절반에 이른다.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 트리니다드토바고, 아제르바이잔 등 다양하다. 한 글로벌 음원서비스 관계자는 “유럽의 작은 국가 차트에서 1000위권 밖에 있던 케이팝 가수가 어느 날 갑자기 5위권으로 반짝 상승해 분석해 보니 한 자릿수의 팬이 음원을 다운로드한 결과였다”고 귀띔했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케이팝의 세계적 인기를 부인할 수 없지만, 미국 영국 등 주요 팝 시장의 실질적 인기도를 가늠하려면 현지에서 이용량이 많은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 차트를 살펴보는 게 더 낫다”면서 “그러나 가요기획사의 보도 자료에서 이 순위를 첨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임희윤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