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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北대사관, 文대통령-트럼프 사진 처음 내걸어

베이징 北대사관, 文대통령-트럼프 사진 처음 내걸어

Posted July. 30, 2018 08:53   

Updated July. 30, 201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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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중 북한대사관 외부 게시판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이 게시됐다. 북한대사관이 체제 선전의 장으로 사용하는 이 게시판에 한미 정상 사진이 내걸린 것은 처음이다.

 29일 본보 취재진이 베이징시 차오양(朝陽)구의 주중 북한대사관을 찾아가보니 정문 옆 대형 게시판 오른편에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 4장이 걸려 있었다. 6월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는 장면, 공동성명에 서명하는 장면 등이 담겼다. 특히 두 사람이 산책하며 담소를 나누는 사진 밑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산책을 하며 친교를 두터이 하는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게시판 왼편에는 문 대통령 사진 4장이 게시됐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4월 남북 정상회담 사진 3장과 5월 정상회담 사진 1장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도보다리 산책 중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 부부 동반 기념사진 등 남북 화합을 강조한 사진들이 포함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찍은 사진은 게시판 가운데에 5장이 걸렸다. 세 차례 걸친 북-중 정상회담 때 사진이다. 사진 교체 전 게시판에 걸렸던 사진 다수가 시 주석과의 사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그 밖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의 사진도 각각 1장씩 게시됐다.

 정전 협정 65주년 기념일(27일)을 즈음해 주중 북한대사관이 게시판에 한미 정상 사진을 내건 것은 대외적인 우호관계를 부각시켜 정상국가 면모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이번 사진 교체는 북한이 국제사회 고립에서 빠져나가고자 하는 의도로 읽힌다”고 설명했다.

 대중 외교적 메시지라는 의견도 나온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대외전략기조 자체가 평화협력으로 바뀌었으니 과거의 폐쇄적인 이미지는 잊어달라고 선전하는 것”이라며 “중국을 향해 ‘우리는 언제든 한국, 미국하고 교류할 수 있다’고 얘기하려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권오혁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