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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갈 혼뺀 일본... 3km 더 뛰고 패스 5%P 더 정확했다

세네갈 혼뺀 일본... 3km 더 뛰고 패스 5%P 더 정확했다

Posted June. 26, 2018 08:04   

Updated June. 26, 2018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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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은 19일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H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를 2-1로 꺾었다. 콜롬비아는 바로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일본에 1-4라는 대패 수모를 안긴 팀이다.

 이날 승리는 월드컵 무대에서 아시아 국가가 남미 국가를 상대로 거둔 첫 승리였다. 기대 밖 승리에 일본은 난리가 났다. 일본 언론들은 경기가 열린 도시 이름을 따 ‘사란스크의 기적’이라 불렀다. 

 일본 선수들이 잘하긴 했지만 운이 좋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브라질 월드컵 득점왕에 오른 콜롬비아 에이스 하메스 로드리게스는 종아리 부상으로 선발 출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또 경기 시작 3분 만에 콜롬비아의 ‘엔진’이라 불리는 미드필더 카를로스 산체스가 퇴장 당했다. 11명이 뛴 일본에 비해 콜롬비아는 대부분의 시간을 10명이 뛰어야 했다.

 사란스크의 승리가 행운이 아닌 실력이었음을 확인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일본은 25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 아레나에서 열린 세네갈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끈질긴 승부 끝에 2-2로 비겼다. 1승 1무로 세네갈과 조 공동 선두에 오른 일본은 16강 진출에 한발 더 다가섰다. 일본은 28일 폴란드와의 3차전에서 무승부만 해도 16강에 오른다.

 우월한 체격을 앞세운 세네갈을 상대로 일본은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맞섰다. 일본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누빈 거리 총거리는 105km로 102km인 세네갈에 앞섰다. 경기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세네갈 선수들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느려졌다.

 일본은 또 장기인 정확한 패스 플레이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세네갈보다 111차례나 더 많은 패스를 수행하면서도 5%포인트 더 높은 패스 성공률(일본 84%, 세네갈 79%)을 기록했다. 0-1로 끌려가던 일본은 전반 34분 정교한 패스 플레이로 다카시 이누이가 만회골을 만들었다. 시바사키 가쿠의 롱 패스를 나가토모 유토가 받아 짧게 뒤로 내줬고, 이를 다시 측면에서 달려든 이누이가 오른발로 감아 차 골망을 흔들었다.

 1-2로 끌려가던 후반 33분에는 교체 멤버로 투입된 혼다 게이스케(32·CF 파추카)가 이누이가 골문 왼쪽에서 올린 빠른 땅볼 크로스를 골로 연결시켰다. 혼다는 몸이 무거워진 세네갈 수비진 5명이 에워싼 가운데 골을 성공시켰다.

 한때 일본 축구의 ‘아이콘’ 대접을 받았던 혼다는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는 일본 내에서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전임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과의 불화설에 휩싸였고,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축구협회가 월드컵을 두 달 앞두고 전격적으로 할릴호지치 감독을 경질하고 기술위원장이던 니시노 아키라 신임 감독을 임명하면서 혼다도 다시 대표팀에 부름을 받았다. 여론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니시노 감독이 혼다를 비롯한 옛 선수들을 불러들이다 보니 평균 연령이 높아져 ‘아저씨 저팬’이라는 조롱도 들었다. 일본은 월드컵 직전 평가전까지 부진을 거듭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월드컵 무대에서 혼다는 실력으로 그간의 모든 비난을 잠재웠다. 콜롬비아와의 경기에서 1-1 동점이던 상황에서 오사코 유아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했고, 세네갈전에서는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번 골로 혼다는 월드컵 3개 대회 연속 득점을 올린 첫 일본인 선수가 됐다. 또 개인 통산 4골(2010년 남아공 대회 2골, 2014년 브라질 대회 1골)로 아시아 선수 월드컵 최다 골 기록도 세웠다. 종전 기록은 박지성 안정환(이상 한국), 팀 케이힐(호주), 사미 알 자베르(사우디아라비아) 등이 가지고 있었다. 2경기 연속 교체 멤버로 투입된 혼다는 “내 축구 인생에서 교체로 출전하면서 이렇게 긍정적인 마음으로 임한 적은 없었다. 다른 선수의 골을 벤치에서 지켜보는 것도 기쁘더라”고 말했다. 

 한편 콜롬비아와의 경기 후 관중석 쓰레기를 정리해 국제적인 호평을 받았던 일본 관중들은 이날 경기 중 전범기인 욱일기를 펴 들어 논란에 휩싸였다. 혼다의 동점골 직후 일본 관중이 흔든 욱일기가 중계화면에 포착돼 수 초간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노출됐다. 선수와 관중의 정치적 의도를 담은 의사 표현을 금지하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번 건에 대한 조사를 펼칠지 주목된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날 오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어쩌면 이렇게 무식할 수가 있나. FIFA에 강력한 조치를 취하라고 항의 연락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헌재 uni@donga.com · 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