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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은 흡혈귀” 비난했던 北, 이번엔 잠잠

“볼턴은 흡혈귀” 비난했던 北, 이번엔 잠잠

Posted March. 27, 2018 08:16   

Updated March. 27, 2018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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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인간쓰레기에다 흡혈귀는 회담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

 2003년 존 볼턴 당시 미국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이 북핵 6자회담의 미국 대표단 일원으로 참여하자 북한은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볼턴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폭군 같은 독재자’로 지칭하자 이렇게 응수한 것. 북한은 2008년에도 볼턴을 향해 “미 강경보수 세력들이 6자회담의 파탄과 사태 악화만 바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랬던 북한이 정작 볼턴이 미 외교안보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되자 잠잠하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2002년 북한과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했던 이란이 볼턴 임명 소식을 듣자마자 “미국의 최종 목적은 이란 전복”이라며 핏대를 세우는 것과 대조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볼턴이 백악관 중책을 맡아 대북 정책을 세팅할 시점에 괜히 자극하는 게 득 될 게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 이후 석 달 가까이 군부대 공개시찰을 자제하며 사실상 ‘평양 칩거’ 생활을 이어가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김정일도 과거 남북 정상회담 직전 공개 활동을 대폭 줄였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김정일은 2000년 6월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공개 활동을 평소의 절반 수준인 월 5회로 줄였다.

 한편 북한 지도부가 북-미 정상회담을 두고 ‘외교적 승리’라는 내부 설명을 최근 시작했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26일 전했다. 이 신문은 “북한 노동당이 최근 중견 간부를 대상으로 한 강연을 열고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외교적 승리에 의해 미국과의 담판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담판’이라는 단어는 북한 내에서 휴전협상을 언급할 때 많이 쓰는 단어라고 한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