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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벗은 샐러리맨 신화 강덕수

Posted October. 16, 2015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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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은 한때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었다. 그는 1973년 대졸 평사원으로 쌍용그룹에 입사했다. 쌍용중공업 임원이던 2000년 회사가 퇴출 기업으로 선정되자 사재()를 털어 사들인 뒤 이듬해 STX를 출범시켰다. 강덕수 STX는 부실 기업들을 잇달아 인수해 경영을 정상화시키면서 재계 서열 10위에 육박할 만큼 급성장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얼어붙으면서 공격적 경영은 역풍을 맞았다. 해운에 이어 조선 중공업 계열사의 자금 사정이 일제히 나빠졌다. 강 전 회장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개인 재산도 내놓았지만 흐름을 돌려놓지 못했고 2013년 경영에서 물러나 실패한 기업인으로 전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작년 4월 분식회계, 배임, 횡령 혐의로 검찰에 구속돼 1심에서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의 인생에서 최악의 시간들이었다.

서울고법 형사5부는 그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보다 형량을 크게 낮춰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해 석방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그에게 적용한 혐의 가운데 2조 원대의 분식회계 혐의는 모두 무죄, 배임 혐의는 80% 이상 무죄로 판단했다. STX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한 점과 전직 임직원 및 노조 간부, 미화원, 경비원들까지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점도 감형에 참작됐다. 그는 구속 후 1년 반 만에 수의()를 벗고 사회로 복귀했다.

강 전 회장은 석방 후 경영 재기 의지를 조심스럽게 내비쳤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보유했던 그룹 지분은 대부분 없어졌고 남은 사재도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점도 걸림돌이다. 다만 함께 일했거나 가까이에서 지켜본 많은 사람이 재판 과정에서 몰락한 전직 경영자의 선처를 호소한 사실이 보여주는 덕장() 이미지는 만만찮은 무형의 자산이다. 수의를 벗은 강 전 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재기에 성공해 추락한 샐러리맨 신화를 복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권 순 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