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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시진핑 주석에게 터놓고 말해야

박 대통령, 시진핑 주석에게 터놓고 말해야

Posted September. 09, 201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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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9월 3일 중국의 항일 승전 70주년(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기로 확정했다. 박 대통령이 북한의 비무장지대 지뢰 공격과 포사격으로 인한 남북한 군사적 위기가 일단락된 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게 돼 다행이다.

한중 관계는 전략적 협력동반자란 외교적 등급처럼 여러 면에서 복잡 미묘하다. 한국은 중국의 라이벌인 미국과 동맹관계이고 중국은 한국과 군사적으로 주적인 북한과 동맹()을 맺고 있다. 북-중 관계는 4년 전 김정은 정권 출현 후 점차 나빠져 이번 전승절 기념식에 김정은이 불참할 정도로 최악의 상태지만 중국은 전략상 북한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고 있다. 과거에 비해 북한 정권에 대한 통제력도 약화되었지만 중국이 여전히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이에 반해 한중 관계는 이념 차이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집권 이후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시 주석이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한 것이나 빈번한 정상회담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서도 이런 사정을 알 수 있다. 수교 이후 양국 간 교역은 지난해 2354억 달러에 인적 교류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대중 무역은 전체의 25%로 미국을 훨씬 앞지른다.

중국은 그동안의 국력 신장과 군사력 위용을 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성대한 전승절 70주년 기념식을 야심 차게 준비해왔다. 전승절 기념식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30개국 지도자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각국 대표 59명이 참석한다. 일본은 정부 대표단도 파견하지 않으며 미국은 주중 대사가 참석하기로 했다.

중국은 박 대통령의 전승절 기념식 참석을 통해 일제 침략과 식민통치의 공통 피해국인 한국과 친교를 다지며 항일 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의 승리를 부각시키려 한다.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굴기에 연합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을 견제함으로써 한미일 군사동맹 고리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도 있다. 중국이 미국의 동맹인 한국의 박 대통령 참석에 꽤 공을 들인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한국도 박 대통령의 참석을 통해 얻을 것이 적지 않다. 중국은 사실상 동북아의 패권국이면서 한국 통일의 상대방인 북한에 대해서도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다. 한국은 그동안 중국과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대척점에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위해서 건설적 중재자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한국은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 안정, 그리고 통일을 위해서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최근 일촉즉발의 남북 간 군사적 갈등 해소에도 일정 부분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있었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을 라오펑유(오랜 친구)라고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다.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 한국의 중국경사가 심하다고 우려할 만큼 외견상 한중 관계는 가깝다. 그럼에도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과 통일을 위해서 가시적 역할을 하지 않아 우리의 애를 태우고 있다.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은 북한의 포격 도발이 있던 20일 베이징을 방문해 한중 정상회담 의제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9월 2일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모든 제안들을 한꺼번에 꺼내 놓은 뒤 터놓고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북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중국의 고강도 압력 행사, 이를 위해 기름 공급 제한 등 모든 유엔 제재의 엄격한 적용, 그리고 탈북자들에게 국제법에 따른 피란민 처우 등을 요구해야 한다. 이번에 확보한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기념식 참석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고심 끝에 내린 어려운 결정이다. 시 주석도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이번 비무장지대 목함 지뢰 설치와 포격처럼 작은 도발이 자칫 전면전으로 확대돼 동북아에 가공할 대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북핵 문제 등 매사에 대북 통제력을 최대한 행사해 줄 것을 시 주석에게 강력히 요청해야 한다. 지금까지 시 주석이 보여주었던 따뜻한 미소와 한중 간 우호적 분위기가 한국 통일을 위해서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