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세월호 유족도 양보해야 한다" 는 추기경의 고언

"세월호 유족도 양보해야 한다" 는 추기경의 고언

Posted August. 28, 2014 08:00   

中文

고 김수환 추기경이나 성철 스님은 나라가 어려움에 빠지거나 대한민국의 국기()가 흔들릴 때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우리사회의 어른이었다. 민주화 이후 보수진보 대립이 깊어지면서 국가사회 공동체의 원로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세태가 만연했다. 많은 국민이 세월호 유족들의 아픈 마음에 공감하면서도 그들에게 동의하기 힘든 생각을 말하기 어렵다. 이런 시기에 염수정 추기경이 유족들의 아픔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세월호 유복도 양보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모처럼 들어보는 어른의 말씀 같다.

염 추기경은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갈등과 관련해 하느님의 문제를 인간이 내가 하겠다고 나서면 빠지기 쉬운 위험이 이용이라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이후 정치권과 사회 일각에선 교황도 유족들이 요구하는 특별법안을 지지라도 한 것처럼 아전인수() 식으로 강경론을 부추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염 추기경은 교황의 방한과 맞물린 약자에 대한 종교적 관심과, 정의를 독점한 것처럼 증오를 확산시키는 선동정치는 확연히 구분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염 추기경은 유가족들도 어느 선에서는 양보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유족들로서는 너무 큰 아픔 때문에 사법체계나 법치주의 원칙 같은 말이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유족이나 국민들이 언제까지 죽음의 자루 속에 갇혀 서로를 적으로 돌리는 어둠 속에 머물러서는 안 될 일이다. 염 추기경이 이 (세월호) 문제와 관련해 자꾸만 우리의 힘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 것도 세월호 정국에 갇혀 침몰해가는 듯한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성찰적 고언으로 볼 수 있다.

갈등 해결에 앞장서야 할 제1야당의 국회의원들은 이틀째 국회 예결위 회의실을 농성본부로 삼아 광화문광장에서 동조단식과 피켓시위를 벌이며 장외투쟁을 계속했다. 연례행사가 돼버린 장외투쟁에 대해 정말 중증 같다. 나라를 개조하는 것과 우리 당을 개조하는 것 가운데 어느 게 더 실현불가능할까(황주홍 의원)라는 내부 비판이 나오지만 강경파의 목소리에 묻혀 버렸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 특별법이 가장 중요한 민생이라며 다른 모든 민생 국정 현안 처리를 막아선 결과 새정연이 잘하고 있다는 답변은 4.7%에 불과한 여론조사까지 나왔다.

새정연이 여야간에 두 차례나 합의된 세월호특별법안을 유족들의 반대를 이유로 팽개친 이후 새누리당과 유족들이 어제 두 번째로 만나 여야 협상 아닌 여-유 협상을 벌였다. 130석의 국회의원을 가진 집권여당과 사실상 입법 협상을 벌이는 모습이 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