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북도발 겪고 고향 지키겠다는 결심 굳혀

Posted November. 21, 2013 03:36   

中文

20일 오후 연평도 남부리 평화공원. 북한의 황해도 앞바다 섬들이 한눈에 보이는 이 공원에는 2002년 발생한 제2 연평해전에서 숨진 윤영하 소령 등 해군 장병 6명과 2010년 북한의 포격 도발로 순직한 해병대원 서정우 하사, 문광욱 일병의 흉상이 2011년 세워졌다.

올해 2월 해병대에 자원입대해 연평부대 작전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성원 일병(20사진)은 이날 서 하사와 문 일병의 흉상 앞에 국화 한 송이를 올린 뒤 고개를 숙여 추모했다. 연평도가 고향인 이 일병은 연평고 2학년에 다닐 당시 북한의 도발을 경험했다.

모의고사를 보고 있는데 포탄이 쉴 새 없이 하늘에서 날아왔어요. 학교 주변에 불길이 치솟아 정말 전쟁이 난 줄 알았죠.

한순간에 섬이 잿더미로 변해가는 모습을 뒤로한 채 조부모와 함께 피란길에 올랐던 그가 섬에 돌아온 건 이듬해 3월. 포탄에 부서진 주택과 집집마다 깨져 있는 유리창을 보며 북한의 만행에 치를 떨어야 했다. 북한 도발의 충격으로 인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 시달리는 친구가 많았지만 서로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계속했다.

이 일병은 지난해 부천대 생활체육학과에 입학해 다니다가 입대했다. 해병대 부사관으로 근무한 할아버지(75)와 아버지(1993년 작고)에 이어 3대가 해병대 가족이 된 것. 어려서부터 군에 입대할 나이가 되면 당연히 해병대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북한의 도발을 직접 겪은 뒤 그 결심을 더욱 굳혔다.

그는 북한의 도발 3주년을 앞둔 연평부대의 분위기에 대해 순직한 서 하사와 문 일병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모든 장병이 강한 전투의지를 불태우며 매일 3, 4차례나 상황훈련에 나서고 있다며 북한이 다시 도발한다면 강력히 대응해 3년 전 대가를 꼭 치르게 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정치권에서 공방을 벌인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에 대해선 NLL은 대한민국의 평화와 안정을 지켜주는 안보의 최전선이자 마지노선이기 때문에 단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연평도를 지키고 있다며 이를 악물었다. 그는 제대한 뒤 학업을 마치면 고향에 돌아와 어린이와 노인을 위한 생활체육 지도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