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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 민주화 조정 솔직히 설명하고 합의 구하라

[사설] 경제 민주화 조정 솔직히 설명하고 합의 구하라

Posted February. 22, 2013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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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어제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맞춤형 고용복지,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안전과 통합의 사회,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구축 등 5개 국정목표로 구성된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를 확정 발표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경제 민주화의 후퇴로 비쳐질 수 있는 대목과 공약 이행에서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의 표명 이다. 박 당선인의 공약집은 국민통합, 정치쇄신, 일자리와 경제민주화, 중산층 재건을 4대 지표로 제시했으나 국정과제는 경제민주화를 대항목에서 제외했다. 박 당선인은 작년 7월 대선 출마선언 때 경제민주화실현 일자리창출 복지확대를, 작년 11월 비전 선포식에서는 국민통합 정치쇄신 일자리와 경제민주화를 각각 3대 국정지표로 내놓았다. 경제민주화를 일관되게 핵심 비전으로 제시한 것이다.

인수위는 164개 우선시행 과제에 중소기업을 위한 3불() 해소 정책,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공정위 뿐만 아니라 국세청 등 타 기관도 고발할 수 있도록 한 것, 대기업 총수일가의 불법행위 근절,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경제민주화 관련 항목이 많다며 경제 민주화의 후퇴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대주주 횡령에 대한 집행유예 금지, 소액주주의 사외이사 선임권, 다중 대표소송제 도입 등 공약집 내용 중 빠진 부분이 꽤 있다. 무엇보다 경제민주화를 대항목에서 빼 창조경제의 5번째 소항목으로 재분류한 것이 갖는 상징성이다. 인수위가 국정과제 체계를 이렇게 손질한 것은 신성장 동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우리는 작년 대선 국면에서 후보자간 경제민주화 경쟁이 과열돼 자칫 기업 때리기로 흘러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지 않을까 경계했다. 국정과제에서 과도한 경제 민주화를 조정하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선거에 이기자 경제민주화 약속을 내팽개치는 것처럼 비치면 곤란하다. 박 당선인은 원래 진보진영 쪽 담론이었던 경제민주화를 적극 수용함으로써 이념적 중도층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고 대선에 승리했다. 세계화와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양극화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야 할 시대적 당위성이 있다.

경제민주화는 중용의 지혜가 필요한 과제다. 공약을 슬그머니 빼고 가거나 가벼이 보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안 되지만, 그렇다고 교조적으로 매달려서도 큰일이다. 수정이 필요하다면 솔직히 털어놓고 국민적 합의를 통해 고쳐가야 한다. 그게 국가지도자의 진정한 용기다.

과도한 복지공약 털어내기를 미루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공약을 모두 이행하기 위해서는 5년간 135조 원이 더 필요하며 증세는 불가피하다. 잠깐 증세를 미룰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한번 도입된 복지제도는 없애기 힘들어 시간이 갈수록 재정 압박이 커진다. 조기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