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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일숍 하는데 왜 헤어미용사 자격증 따야?

네일숍 하는데 왜 헤어미용사 자격증 따야?

Posted January. 16, 2013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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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대형마트 4층에 자리 잡은 네일숍 까사벨르. 49m의 작은 매장 한쪽을 빼곡히 채운 알록달록한 색깔의 매니큐어가 발랄한 느낌을 자아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는데 입구 왼쪽에 걸린 미용사 면허증이 눈에 띄었다.

헤어 미용도 할 줄 아세요?라고 물었더니 이상정 사장(36)은 네일숍을 운영하려면 꼭 필요한 자격증이라 힘들여 땄는데 쓸 일이 없어 다 까먹었다. 헤어 미용 위주인 미용사 면허증이 네일아트에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라며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장뿐 아니라 이곳에서 일하는 3명의 네일리스트들도 모두 미용사 면허증을 갖고 있었다.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미용에는 파마, 머리카락 자르기, 머리카락 모양 내기, 머리피부 손질, 머리카락 염색, 머리 감기, 눈썹 손질, 얼굴의 손질 및 화장 외에 손톱과 발톱의 손질도 포함된다. 그래서 미용 관련 대학을 졸업하거나 미용사 면허증을 따야만 네일리스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헤어 기술, 어디에 써 먹으라고?

이 사장은 2010년 미용사 면허증을 땄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꼬박 12시간을 일하고 집에 돌아와 쉴 틈도 없이 파마, 염색, 커트 등 흥미도 없는 머리카락 손질법을 공부했다. 교재비에 응시료까지 총 300만 원이 넘는 비용도 부담스러웠다. 울며 겨자 먹기로 자격증을 땄지만 정작 네일숍 운영에 헤어 미용 공부는 전혀 쓸모가 없었다. 그는 형식뿐인 자격증을 얻기 위해 6개월의 시간과 적지 않은 돈을 낭비했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구청 단속에 걸려 가게 문을 닫은 사례도 있다. 부산 수영구 광안2동에서 8년 동안 네일숍을 운영했던 유모 씨(50여)는 지난해 단속에 걸리자 차라리 가게 문을 닫기로 했다. 자신과 종업원 2명 모두 미용사 면허증이 없어 무면허 영업 처분을 받은 유 씨는 손톱 손질과 전혀 관계없는 미용사 자격증이 없다는 이유로 벌금을 낸 것이 억울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면허증 없이 운영하다 단속에 걸려 폐업 조치를 받거나 벌금을 무는 것을 막기 위해 자격증을 빌려 명목상 업주를 변경하는 편법까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정지영 jjy2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