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정모 씨(28)는 집에서는 물론이고 회사에서도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해 빗소리를 틀어 놓고 일한다. 빗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느끼는 탓이다. 정 씨는 취업 후 업무 스트레스로 불면증에 시달렸는데 빗소리 덕분에 복잡한 생각 없이 잠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 살배기 아들을 둔 주부 박모 씨(30)도 우는 아이를 달랠 때 스마트폰의 빗소리를 이용한다. 박 씨는 빗소리를 들려주면 신기하게도 칭얼거리지 않고 편안히 잠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요즘 학생이나 직장인 주부 사이에서 빗소리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람들이 빗소리를 좋아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스마트폰 등 첨단기기를 통해 언제든 간편하게 빗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면서 상시적으로 빗소리를 틀어놓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 수면을 돕거나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스마트폰 앱 중에서도 빗소리 앱은 단연 인기다.
빗소리는 넓은 음폭과 다양한 음높이를 동시에 갖고 있다. 음은 특정 음높이를 유지하는 칼라소음(Color Noise)과 넓은 음폭을 갖는 백색소음(White Noise)으로 나뉘는데 빗소리는 대표적인 백색소음에 속한다. 파도나 폭포 소리도 백색소음에 속하지만 빗소리는 도심에서도 흔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소리라 더 큰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
또 백색소음은 의미가 없는 소리로 불린다. 칼라소음처럼 특정음을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미가 없고,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의식하지 않으면서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소리는 소리이되 의미가 없는 빗소리는 안정감을 주는 것과 동시에 주변의 다른 칼라소음을 차단해주는 효과를 낸다. 심야에 빗소리를 들으면 청각적인 정막감을 해소해주면서 주변 소음을 막아줘 더 쉽게 잠들 수 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빈대떡이 떠올라 입맛을 다시게 하는 것도 빗소리와 관련이 깊다.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소장은 뜨겁게 달궈진 철판 위에 반죽이 올려질 때 나는 쏴아하는 소리는 빗소리와 같은 백색소음에 속하고 중간 중간 기름이 튀며 나는 탁탁 소리는 빗방울이 창문을 딱딱 두드리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소음의 음폭이 넓고 소리가 나는 형식도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빗소리를 듣고 파전을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단백질과 비타민B는 우울감을 해소시켜주는 효과가 있는데 비가 오면 우울함을 느끼기 때문에 몸이 파전류를 찾게된다는 해석도 있다.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에서 파전집을 운영하는 사장 김모 씨(52여)는 비 예보가 있으면 반죽을 평소보다 2030% 많이 준비한다며 곧 폭염이 끝나고 가을장마가 시작된다고 하는데 우리로서는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배 소장은 사람은 바람, 물 등 자연에서 나는 소리에 안정감을 느끼는데 빗소리는 도심에서도 시골과 별다른 차이 없이 자주 들을 수 있는 소리라며 빗소리를 찾는 사람이 많다는 건 도심에서도 자연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다는 뜻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동일 dong@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