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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현충일은 어땠나요?

Posted June. 07, 2011 08:43   

애도()는 없고 휴일만 부각된 부끄러운 현충일이었습니다.

제56회 현충일인 6일 오전 10시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시청 앞 사거리. 현충일을 맞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넋을 기리기 위한 추모 사이렌이 울렸지만 대부분의 시민은 아랑곳없이 제 갈 길을 재촉했다. 일부 중장년이 걸음을 멈추기는 했으나 진지하게 묵념을 올리는 사람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사이렌이 울리면 운전 중인 차량도 1분간 정지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는 차는 하나도 없었다.

조기() 외면한 관공서

일반 가정은 물론 상당수 관공서와 공공기관에서도 조기 게양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경북 구미시 송정동 한국농어촌공사 구미지사 옥상 국기게양대에는 이날 오전 내내 태극기와 농어촌공사기가 평소처럼 게양돼 있었다. 대구지검 김전지청과 대구지법 김천지원도 조기를 달지 않았다. 국기에 관한 규정에 따라 현충일에는 깃봉에서 기의 한 폭만큼 내려달아야 한다.

일반 가정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날 오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 K아파트 전체 180가구 가운데 태극기를 단 집은 6가구에 불과했다. 서울 종로구 내수동과 사직동 일대 주상복합 건물에서도 태극기를 게양한 가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가구마다 국기게양대가 설치돼 있지 않은 오피스텔은 건물 입구에 대형 게양대가 설치돼 있으나 역시 태극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광주 서구 양동 그린크 아파트 주민(271가구)은 이날 한 집도 빠짐없이 태극기를 게양해 눈길을 끌었다. 고지대에 위치한 이 아파트는 주민들이 앞장서서 태극기를 달면 다른 지역도 동참할 것이란 취지에서 2009년부터 태극기 게양 운동을 시작했다.

이상하게 볼 것 같아서

회사원 심모 씨(34서울 서초구 서초4동)는 묵념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데 혼자 길에서 묵념을 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것 같아 못했다고 말했다. 심 씨는 추모 사이렌이 울리지만 조금만 떨어지면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적다며 유가족들을 제외하면 현충일을 노는 날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이유라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는 이모 씨(45)도 요즘 세상에 유가족이 아니면 현충일을 경건하게 보내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을 겪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모두들 그때 마음을 다 잊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황정자 대한민국 전몰군경미망인회 대전지부장(73대전 중구 산성동)은 매년 오늘만 되면 44년 전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린 남편 얼굴이 생생하게 떠올라 가슴이 저민다며 이제 주변에 이 아픔을 함께하자고 이야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세상이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충일 애도 대신 사흘간의 연휴 마지막 날인 이날에는 전국의 유명 산과 바다 계곡 등 행락지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 피서철을 방불케 했다. 또 전국 주요 고속도로와 국도는 오후 늦게까지 귀경인파로 차량 정체가 계속됐다.



이기진 정승호 doyoce@donga.com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