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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떡잎 경제교육

Posted July. 08, 2010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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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최고 부호로 존경받는 워런 버핏은 어렸을 적에 용돈을 공짜로 받아본 적이 없다. 친구와 함께 5시간 동안 눈을 치우고 할아버지로부터 고작 1달러에 못 미치는 돈을 받은 날도 있다. 그는 여기서 거래할 때는 미리 가격을 확인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는 지난 5월초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금융위기의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에 대해 질문을 받고 어릴 때부터 훌륭한 금융 습관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초등학교 수준에서 많이 배우는 것이 나중에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고도 말했다. 어릴 적 경제교육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2006년 프랑스 정부는 그간 잘못된 경제교육을 크게 후회해야만 했다. 프랑스는 날로 심각해지는 청년실업을 타개하려고 고용과 해고의 유연성을 높이는 최초고용계약법의 제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법안에 반대하는 프랑스 청년과 학생들은 1968년 격렬한 데모를 벌였고 결국 법안은 폐지됐다. 당시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프랑스 경제교육이 시장과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 시장에 대한 국민 이해가 부족해 시위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정부는 뒤늦게 실패를 인정하고 경제교육의 틀을 다시 짰다.

미국은 2004년 경제교육향상법과 조기금융교육법을 만들었다. 대공황 이후 민간이 담당했던 경제교육을 국가가 맡고 나섰다. 영국도 금융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전 학년에 걸쳐 금융교육을 강화했다. 경제교육은 빈번해진 금융위기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학생들에게 신문의 경제면을 읽히는 것도 좋은 경제교육이다. 미국 대학에서는 신문의 경제기사를 경제교육의 텍스트로 많이 활용한다.

우리나라 정부도 내년부터 초중고교의 경제관련 교과서를 이론 위주에서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 중심으로 바꾸고 체험형 경제교육을 확대한다고 한다. 경제교육 시간도 늘어난다. 아직도 우리의 경제교육은 워런 버핏이 강조하는 조기교육과는 거리가 있다. 초등학교 4학년이나 돼야 교과서에서 경제 단원이 처음 나온다. 질 높은 경제교육으로 떡잎부터 잘 길러 한국경제의 기둥이 될 나무로 육성해야 한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