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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북보다 뒤져 이청용 돌파 인상적

Posted June. 01, 20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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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벨라루스와 평가전이 열린 오스트리아의 쿠프슈타인 스타디움. 우리 공격수들의 움직임은 무뎠고, 미드필드의 압박은 실종됐고, 수비수들의 조직력은 흔들렸다. 팬들은 안타까운 심경으로 답답한 90분을 보냈다.

이 장면을 누구보다 냉정하고 날카롭게 주시한 이들이 있다. 한국과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만날 그리스 대표팀 오토 레하겔 감독과 그리스 기자들이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레하겔 감독은 한국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의미심장한 미소만 남기고 말없이 자리를 떴다. 그러나 기자들은 달랐다. 이들은 가감 없이 이날 경기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그리스 스포츠지 스포츠데이의 게오르기오스 모라스 기자는 한국 주요 선수들의 소속팀, 장단점 등을 꿰고 있을 만큼 정보력이 뛰어났다. 경기가 끝난 뒤 그의 첫 마디는 이랬다. 한 경기씩 놓고 보면 한국이 북한보다 경기력이 떨어진다. 그리스는 지난달 26일 북한과 평가전에서 고전 끝에 2-2로 비겼다. 북한의 인민 루니 정대세는 2골을 그림같이 터뜨리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모라스 기자는 북한 공격수들은 한국보다 더 빠르고 날카로웠다. 수비수들의 압박 역시 더 좋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대세는 당장 유럽에 와도 손색이 없을 만큼 인상 깊은 플레이를 펼쳤다. 한국에는 그런 파괴력 있는 공격수가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리스 일간지 엑세드라 톤 스포르의 테오도르 소우트소스 기자도 한국의 플레이에 낙제점을 줬다. 한국 공격수들은 힘이 좋은 벨라루스 수비수들의 거친 플레이에 활로를 찾지 못했고, 수비수들은 상대의 빠른 역습에 당황하며 공간을 쉽게 내줬다는 것. 하지만 이청용에 대한 평가만큼은 후했다. 그는 측면을 파고드는 넘버 11(이청용)의 움직임은 인상 깊었다. 볼 간수 능력이 좋고 개인기까지 뛰어나 그리스로선 경계대상 1호라고 강조했다.

다른 일간지의 한 기자는 최근 한국 대표팀의 경기를 5개 이상 비디오로 봤다. 오늘 본 경기는 그중 최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일본전에서 보여준 한국 특유의 리듬과 미드필드에서의 세밀함이 실종됐다며 현지 적응 실패 때문인지, 그라운드 사정이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벨라루스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으론 레하겔 감독을 넘어서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