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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부자의 지갑

Posted May. 17, 2010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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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명품관에서는 요즘 1000만2000만 원짜리 초고가 핸드백 물량이 딸린다. 작년엔 일본인 관광객들이 주 고객이었으나 올해는 국내의 3040대 전문직 여성과 50대 주부들로 바뀌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 증가해 총매출 증가율 12%를 앞질렀다. 일부 고급모델 수입차는 한 달 이상 기다려야 열쇠를 손에 넣을 수 있다. 해외여행은 장거리 고가상품의 인기가 높아졌고 크루즈나 명품여행 문의가 많아졌다.

초우량고객(VVIP) 마케팅이 덩달아 활기다. 롯데백화점은 10일 지난해 명품관인 에비뉴엘의 7000만 원 이상 구매고객 70여 명을 초청해 VVIP 골프행사를 열었다. 화려한 만찬 후 경품추첨에는 700만 원짜리 건강검진 상품권이 등장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이달 말 큰손 고객 180여 명을 초청해 골프대회를 연다. 현대백화점은 연간 10억 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9000만 원 상당의 상품권, 럭셔리 크루즈 유럽여행권 등 중 하나를 선물한다.

올해 1분기(13월) 중 전국 가구의 소비지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9.5% 늘었다.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최고의 증가율이다. 경기회복 덕분에 처분가능 소득이 7.2%나 증가했다. 이런 소비지출 증가세는 역시 부자들이 이끌 수밖에 없다. 소득 상위 20% 계층은 소득이 7.4% 늘었는데 소비지출은 11.1% 늘었다. 부자들도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6개월간은 지갑을 닫았다. 시장 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된 작년 가을 이후 본격적으로 지갑을 열었다.

경기위축 때 부자들이 먼저 돈을 써야 한다. 한국 중국 등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일찍 탈출한 아시아 국가들의 소비 회복의 맨 앞에는 부자들이 있었다. 정보미디어업체 닐슨컴퍼니가 작년에 성인남녀 1000명에 물은 결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부자들이 돈을 써야 한다는 응답이 91.1%였다. 정당한 부()와 당당한 소비를 죄악시하면 부자들이 지갑을 닫거나 외국에 나가서 돈을 쓰게 된다. 꼭 사치성 소비가 아니더라도 여유가 생긴 사람들이 외식도 하고 택시도 타야 식당 종업원이나 택시 기사들도 먹고 살만한 세상이 된다.

홍 권 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