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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휠체어 타고 쏘아올린 또 하나의 큰 희망

[사설] 휠체어 타고 쏘아올린 또 하나의 큰 희망

Posted March. 22, 2010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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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밴쿠버에서 또 하나의 기적을 이루었다.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이 2010 겨울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에서 금메달만큼 값진 은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룩한 것이다. 한국 휠체어컬링 사상 첫 은메달이자 겨울 패럴림픽 단체전에서의 첫 메달이다. 벤쿠버 겨울 올림픽에서 김연아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 이정수 선수가 딴 금메달만큼이나 값진 메달이다. 휠체어를 타고 큰 희망을 쏘아 올리며 활짝 웃는 강미숙 김명진 감학성 조양현 선수와 김우택 감독을 향한 박수가 가슴 깊은 곳에서 저절로 터져 나온다.

휠체어컬링은 7년 전에 처음 국내에 도입된 종목이다. 얼음판 위에서 돌을 밀어 보내는 경기 자체가 워낙 생소해 국민의 관심이 크지 않았다. 선수층이 옅은 비인기 종목에서 유럽과 북미의 강호를 누르고 은메달을 차지한 것은 손기술 이전에 강한 정신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얼음위의 체스라 불리는 휠체어컬링은 국내 최초의 팀이 2003년 8월 결성됐으나 연습장 구하기부터가 힘들었다. 대표팀은 올림픽을 앞두고도 전용 컬링장이 없어 경기도 이천의 장애인종합훈련원 수영장 바닥을 얼린 임시 컬링장에서 연습했다. 이런 악조건을 딛고 첫 출전한 우리 선수들은 컬링의 강호 캐나다팀과 결승전을 벌여 1 대 8에서 역전의 문턱인 7 대 8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캐나다는 팀 주장의 운동경력이 52년이고, 인구 3000명에 1개꼴로 경기장이 있는 나라다. 비록 애석하게 패하긴 했지만 캐나다 관중도 한국팀의 선전()에 격려를 보냈다.

산업재해나 사고로 장애를 입은 선수들은 재해연금으로 생활을 꾸리면서도 연습을 포기하지 않았다. 치과의사인 김 감독은 선수 경험이 없지만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생각에 자원봉사로 대표팀을 맡았다.

우리나라는 지난 2일 막을 내린 겨울 올림픽에서 모두 14개의 메달을 따내 종합성적 5위, 아시아권 1위라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겨울 올림픽이 어느 면에서 부자나라들의 잔치라면 장애인의 강인한 의지와 함께 사회참여 정도를 보여주는 패럴림픽은 국격()을 나타내는 한 지표다.

누가 세상이 춥고 힘들다고만 하는가. 장애와 열악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밴쿠버의 하늘에 태극기를 올린 패럴림픽 선수들의 도전정신과 투지를 모든 국민이 본받자. 밴쿠버에서 거푸 이룩한 신화의 정신이 각 분야에 퍼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