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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UAE로부터의 낭보

Posted December. 28, 2009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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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국민소득 55달러이던 1959년 이승만 대통령은 한국원자력연구소를 설립하고 당시로서는 거금인 42만 달러를 지원해 최초의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를 미국에서 수입했다. 그로부터 50년만인 2009년 12월27일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총 400억 달러 규모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수주했다. UAE에서 날라온 낭보()는 반세기 만에 원자력 불모지에서 원자력발전소 수출국으로 변신했음을 알려준 국가적 경사이다.

UAE 원전 수주는 140MW급 원전 4기 건설, 원전건설 후 60년간 원전 수명기간 중 운영, 연료공급 및 폐기물 처리 등 운영지원을 포함한다. 해외 단일공사로는 종전 리비아 대수로 2단계 공사금액(63억 달러)의 6배를 뛰어넘는 최대 규모다. 원전건설 직접비용만 200억 달러에 이르러 엄청난 규모의 경제적 효과를 거두게 됐다. 공사에 필요한 인력이 11만 명이나 돼 다수의 국내 관련 기술인력이 현지에 파견될 것도 기대된다.

이번 수주는 한국형 원자로의 뛰어난 기술력과 안전성, 미국 프랑스와 중동지역의 미묘한 역학관계를 이용한 외교력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의 최고경영자(CEO)리더십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수주전은 원전 수출시장에 처음 뛰어든 한국, 원전이 대표적 수출상품인 프랑스 아레바 그리고 미국 GE-일본 히타치 컨소시엄 등 삼국 대결이었다. 미국과 프랑스 모두 UAE에 군사기지를 갖고 있고, 경제 관계도 밀접해 우리에게 단연 불리한 싸움이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UAE가 원전 유치 계획을 발표하자마자 이곳을 방문해 원전기술 협정을 맺고 공군기지 건설을 제안했다. 미국-일본 컨소시엄도 우리가 취약한 우라늄 농축기술과 앞선 수주경험을 앞세워 공을 들였다. 그러나 미국과 프랑스의 UAE에서의 영향력 확대는 인접한 이란 등 중동국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이런 국제정세에다 결정권을 쥔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에 대한 이 대통령의 설득도 주효했다.

수출이 성사된 한국형 원자로는 APR(Advanced Power Reactor)1400 모델로 국내 신고리 3,4호기와 신울진 1,2호기에 적용되는 3세대 원전이다. 20년도 안되는 기간에 독자적 원자로를 개발하고 수출까지 하게 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이번 수주 성공은 일관성 있게 추진된 원자력정책의 결실이다. 미국은 원전의 종주국임에도 불구하고 스리마일 사고이후 원전건설이 중단됐고 원천기술을 다수 보유한 웨스팅하우스까지 일본 도시바에 팔려갔다.

UAE 원전은 중동지역 첫 원전이다. 물보다 기름이 싼 산유국조차 새로운 에너지원으로서 CO2 배출이 없는 원전건설에 뛰어들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세계원자력협회는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430기 이상의 원전, 약 1조 달러의 신규시장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원전 수주 레이스는 이제 시작이다. UAE 원전을 깔끔하게 건설하고 핵심기술을 국산화함으로써 원전을 조선 반도체 휴대전화처럼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상품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