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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퍼플 잡(purple job)

Posted December. 15, 200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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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현장의 자동화 정보화와 함께 여성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오래 된 직업 분류였던 화이트칼라 블루칼라 이분법이 의미를 크게 잃었다. 창의적인 사고와 기발한 아이디어로 혁신을 주도하는 지식근로자를 지칭하는 골드칼라, 기술혁신과 자동화에 따라 화이트칼라처럼 일하는 블루칼라를 뜻하는 그레이칼라, 에너지 및 친환경분야 종사자인 그린칼라, 자아실현이 아니라 가족생계를 위해 취업현장에 뛰어든 주부를 일컫는 핑크칼라까지 분류가 다양해졌다.

어제 백희영 여성부 장관은 내년 업무계획 보고회에서 퍼플 칼라(purple color)란 개념을 제시했다. 일과 가정의 균형 및 조화를 추구하는 근로자를 뜻한다. 빨강과 파랑이 섞인 보라색은 평등, 일, 가정의 조화를 상징한다. 여성부는 근로자가 여건에 따라 근로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퍼플 잡(purple job)을 확산시키겠다고 발표했다. 퍼플 잡이 꼭 여성 일자리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2008년 한 취업포털이 직장인 157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성(77.6%)보다 남성(80.4%)이 일보다 가정을 중시하는 경향이 더 높았다.

앞서가는 곳은 역시 선진국들이다. 미국 퍼스트테네시은행(FTB)는 시차 출퇴근, 교대근무, 파트타임 근무 등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직원 전직()으로 인한 비용을 연간 300만 달러 절감하고 고객만족도를 50% 상승시켰다. 일본 소니사의 경우 육아휴직 기간 중 본인이 원할 경우 재택근무가 가능하고, 소멸하는 연차휴가를 최대 20일까지 적립해 자녀가 아플 경우 이용하는 적립휴가제를 시행한다.

퍼플 잡에는 단기간 근로, 시차출퇴근제, 요일제 근무, 재택근무 등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다. 24시간 3교대 근무를 하는 병원 의사와 간호사, 전일제 근무자 한명의 업무를 2명이 나눠할 수 있는 제조금융업, 휴일 또는 야간 개장이 필요한 도서관 미술관 일자리가 퍼플잡이 될 수 있다. 퍼플잡은 저출산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우수한 여성인력이야말로 한국 경제도약의 히든카드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언이다. 퍼플 잡도 기업이 만드는 것이다. 기업이 이런 일자리 창출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 정부가 할일이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