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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신청 하러 울산으로 간다?

Posted October. 15, 2009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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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거주하는 A 씨는 금융기관에 진 빚 3억여 원을 개인 파산신청을 통하면 갚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를 듣고 서울로 주소지를 옮겼다. 부산 일대의 법원은 파산신청 처리도 늦고 인용률이 낮으므로 수도권으로 옮기라는 변호사의 조언에 따랐다. 실제로 서울 소재의 한 법원은 A 씨의 파산신청을 받아들였다. A 씨는 빚을 갚을 필요가 없게 됐다. A 씨의 지인 10여 명도 같은 방법으로 파산신청을 했다고 한다.

A 씨처럼 파산 인용률이 높은 법원의 관할구역으로 원정 파산신청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국의 법원별로 파산신청 인용률 편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 금융기관에 진 빚을 갚을 수 없는 서민을 구제하는 제도가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있는 채무자의 부채 탕감 회피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부산 북-강서갑)이 전국지방법원별 개인파산 재판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5년부터 올해 6월까지 43만1800여 건의 파산신청 중 41만5000여 건이 받아들여졌다. 인용률이 96.1%로 파산신청을 하면 대부분 빚을 탕감 받을 수 있을 정도다.

특히 창원지법의 파산재판부는 같은 기간 처리한 1만3823건 중 1만3587건을 받아들여 인용률이 98.3%나 됐다. 서울과 춘천, 청주, 수원지방법원은 97%, 의정부와 전주는 96%에 달하는 등 지방법원 12곳 중 10곳의 인용률이 90%를 넘었다. 이에 비해 부산과 울산의 인용률은 각각 88.9%, 87.5%로 다른 지역보다 약 10%포인트가 낮았다.

매년 10만 건 이상 접수되는 개인파산신청을 담당하는 전국의 파산재판부는 30개로 담당 판사는 26명에 불과하다. 판사 1인당 연평균 1851건의 사건을 처리하는 실정이다. 파산재판부의 판사들이 일년 내내 하루도 안 쉬어도 하루 평균 5건 정도의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셈이다.



정원수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