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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정치혼란-수단 여성차별 이슬람 종교 문제로 오해말길

이란 정치혼란-수단 여성차별 이슬람 종교 문제로 오해말길

Posted August. 10, 200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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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기 전에 제가 비행기에 타고 있었던 14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부터 알아봐야겠네요.

올해 만해평화상 수상을 위해 아시아기자협회 초청으로 8일 한국을 찾은 이슬람 여성 최초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이란의 인권 및 여성운동가 시린 에바디 변호사(62사진). 그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찾은 것은 컴퓨터였다. 인터넷으로 재빨리 이란 현지 분위기를 확인하는 그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엿보였다. 6월 12일 대통령선거 부정 의혹으로 여전히 이란 정국이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사람들이 밖에 나와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데 첫째 날에는 무려 100만 명 가까이 밖으로 나와 항의를 했지요. 정부가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고 언론인, 변호사, 교수들이 체포됐습니다.

6월 12일 대선 이후 이란 시위사태로 체포된 이들은 모두 2000여 명에 이르며 이 중 250여 명은 여전히 구금 상태이고, 정부의 강경 진압에 따른 사망자는 3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에바디 변호사는 정치적인 입장은 가지고 있진 않지만 정부의 폭력진압은 반대한다며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폭력이 사라지고 선거 이후에 체포된 모든 사람이 감옥에서 풀려 나와야 합니다. 또 희생자 가족들에게 보상이 이뤄지는 한편 유엔의 감독 아래에서 선거가 다시 치러져야 이란이 다시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최근의 이란 상황이나 수단에서 꽉 낀 바지를 입은 여성이 문란한 옷차림으로 경찰에 붙잡히는 등 이슬람권의 현실이 이슬람 종교나 문화의 문제로 오해돼서는 안 된다며 선을 그었다.

물론 유감스러운 사건이 있지만 그게 이슬람의 전부는 아닙니다. 같은 이슬람 정부라고 해도 여성 총리가 나온 나라가 있을 정도로 이슬람도 다양한 해석을 가지고 있으며 충분히 인권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다만 비민주적인 정부들이 인권을 억압하는 정책에 이슬람이란 말을 남용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에바디 변호사는 이란의 첫 여성 판사로 1970년대 판사 자리에서 강제 퇴직당한 뒤 인권운동을 펴왔다. 2003년 인권, 아동, 여성 운동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슬람권 여성 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이후에도 생명의 위협을 느껴온 그는 최근의 이란 시위와 관련해서도 동료 3명이 구속되고 남편 등이 심문을 받았다고 전했다.

에바디 변호사는 방한 이틀째인 9일 오전 청계천을 둘러본 뒤 정진석 추기경을 면담하고 오후 1시 반 서울 경동교회에서 종교 간 대화 등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또 이날 오후에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를 방문해 명진 주지스님 등과 간담회를 가졌다.



장윤정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