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기업형 슈퍼마켓

Posted July. 23, 2009 08:47   

中文

세계 최대기업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은 44살이던 1962년 벤튼빌이라는 인구 3000명의 시골도시에서 첫 체인점을 열었다. 시어스 K마트 등 경쟁자를 제친 그의 비결은 저가 판매였다. 경쟁업체들이 그렇게 이윤을 조금 남기면 얼마 못가 망할 것이라고 수군댈 정도로 값을 낯췄다. 월튼은 이윤의 감소야말로 더 큰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최고 전략이라고 보고 밀고 나갔다. 남보다 싸게 많이 파는 박리다매() 전략의 성공이었다.

1996년 유통시장이 개방된 이후 월마트도 국내에 진출했다. 월마트의 무기는 역시 저가 판매였다. 그러나 월마트가 들어오면 국내 유통업체들은 다 무너질 줄 알았는데 되레 월마트가 토종 유통업체에 밀려 한국에서 철수했다. 외국 유통업체를 물리친 이마트와 홈플러스 같은 대기업이 동네 슈퍼보다 약간 큰 기업형 슈퍼마켓(SSM)으로 골목 상권에 진출했다. 골목마다 편의점이 들어선지 오래지만 생필품과 반찬거리를 파는 동네 슈퍼가 대기업 체인점으로 바뀌는 것이다. 올 연말에는 700곳이 넘을 거라는 소식이다.

대기업의 기업형 슈퍼에 대한 동네 상인들의 반발이 거세다. SSM의 개점이 예정됐던 인천에서는 상인들의 반대시위가 잇따라 개점이 연기됐다. 동네 상인들의 반대로 SSM이라 불리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개점을 연기한 것은 처음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달 직접 골목 상권을 찾아 현장의 소리를 들었다. 정치권에서도 자영업자 보호를 명분으로 SSM 규제방안을 논의 중이다.

동네 슈퍼 같은 자영업자들은 대기업 때문에 망하게 됐다고 주장하는 반면 대기업은 소비자에게 싸고 좋은 상품을 공급하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고 맞서고 있다. 직접 SSM을 규제하는 나라보다는 영업시간이나 소음방지 도시계획 같은 수단으로 간접 규제하는 곳이 많다. 거꾸로 영업제한은 푸는 나라도 있다. 프랑스 하원은 지난 15일 일요일 영업 금지를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가결했다. 103년 동안 지켜온 일요일 영업 금지의 전통이 무너진 것이다. 나라마다 해법이 제각각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값싸고 좋은 상품을 편리하게 공급하는 상점이 결국 살아남는다는 시장 원리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박 영 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