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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떠오른 개헌 논의, 불투명한 앞길

Posted July. 18, 200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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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국회의장이 어제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 국회 내에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올해 정기국회에서 헌법개정 문제를 본격 논의하자고 제의했다. 그는 18대 국회 전반기인 지금이 개헌의 최적기()라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새 헌법안을 마련해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까지 마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현행 헌법이 급변하는 환경과 시대조류에 대처하는데 한계를 드러냈다며 새 헌법이 선진 헌법 분권 헌법 국민통합 헌법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인 정부 형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대통령중심제 내각책임제 이원집정부제(분권형 대통령제)를 포함해 대통령의 연임 여부 및 임기, 대선과 총선 시기를 일치시키는 방안을 담은 토털 개헌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의장 직속의 헌법연구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1년간 헌법 연구를 했고, 여야 의원 186명도 미래한국헌법연구회를 구성해 개헌을 모색했다.

1987년에 개정된 민주화 헌법이 건국 이후 최장 기간인 22년 동안 유지되며 평화적 정권교체를 가능하게 했지만 적지 않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권과 학계, 그리고 일반 국민 가운데서도 상당수가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법제정 및 개정권력인 국민의 대표기관이 개헌 논의를 주도하는 것은 의미가 있고 당연한 책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이 개헌을 추진하는 시기로 적절하냐에 대해서는 반론이 만만찮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과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개정할 수 있는 경성()헌법이다. 헌정사()가 보여주듯이 대부분의 개헌이 강력한 힘을 가진 대통령에 의해 추진돼 성사됐다. 야당들은 개헌논의 제기의 정략적 의도를 의심하고 있고, 청와대와 한나라당 내에서도 적극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허영 헌법재판연구소 이사장은 지금은 경제 살리기에 집중할 때다. 개헌 논의를 시작하면 많은 이익단체와 각 정파들이 자기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여 국론이 4분5열될 것이라며 통일 이후에 개헌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더욱이 올해 정기국회 논의를 거쳐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개헌을 마무리하기에는 시일이 너무 촉박하다.

정부 형태만 하더라도 정파에 따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다. 현행 5년 단임의 대통령 책임제에 대해서도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고 국회의 견제기능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연임을 할 수 없어 조기 레임덕에 걸리고 국민의 평가를 받을 기회가 없다는 비판도 있다. 국회가 제 기능을 상실해 법률 하나를 통과시키는데도 여야 대립이 심각한 터에 개헌 논의를 둘러싸고 여야가 극단적으로 충돌하면 국정수행 에너지를 분산시키고 정국혼란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개헌 논의는 필요하지만 내년 지방선거까지 시한()을 정해놓고 개헌작업을 서두를 필요는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고 본다. 국회 내에서 차분하고도 생산적인 연구와 논의를 폭넓게 진행하면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