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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잠재성장률 3%대로 추락

Posted July. 15, 2009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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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투자 부진으로 한국 경제의 연간 잠재성장률이 4%대 초반에서 3%대로 떨어졌다는 심각한 분석이 각 경제연구소에서 제기되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때문에 과거 6%대였던 잠재성장률이 2%포인트가량 낮아진 데 이어 작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추가 하락한 것이다. 이처럼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빠른 속도로 퇴화하면 경제위기가 끝나더라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위기 전으로 회복하기가 불가능해진다.

14일 경제연구소와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 전망치는 종전 4.9%에서 최근 3%대로 떨어졌다. 정부는 생산수단을 모두 투입해 자체 역량으로 달성할 수 있는 생산능력인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면 실업이 더 심해져 경제 회복이 점점 힘들어질 것으로 보고 원인 분석에 나섰다.

투자 줄어 성장여력 위축

노무현 정부시절인 2006년, 미래전략 구상을 위해 결성된 정부 및 민간 합동작업단은 투자확대 및 생산성 향상으로 2006201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종전(4.4%)보다 0.5%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봤다. 정부도 최근까지 이 수치를 비공식적인 전망치로 간주해왔다.

하지만 삼성경제연구소는 14일 잠재성장률이 지난해 이미 3.9%로 하락한 뒤 올해는 3.7%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잠재성장률이 3%대로 하락했을 뿐 아니라 내년에는 2%대까지 곤두박질칠 수 있다고 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은 전망치를 따로 내놓지는 않았지만 잠재성장률이 큰 폭으로 내려갔을 것이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잠재성장률 하락은 투자 위축 취업자 감소 생산성 저하 등의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다. 이 가운데 금융위기 때문에 기업의 설비투자가 대폭 줄어든 점이 성장률 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5월 기준 설비투자 증가율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1% 줄어드는 등 기업들의 설비투자 규모는 작년 10월 이후 8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업난 더 심해질 우려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면 실업자가 늘어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임시직과 일용직을 중심으로 단기적인 실업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능력까지 고갈되면 실업난은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추세로 고착화된다.

실제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3.0% 수준이던 실업률은 실물경제가 급속히 위축되면서 올해 2월부터는 3.84.0% 수준까지 치솟았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경제위기라는 경기 변동적 요인 때문에 실업률이 상승하는 국면이라며 투자 부진이 지속되면 잠재성장률 자체가 떨어져 경제위기를 극복한다 해도 고용사정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규제를 풀어 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제도적으로 육아 부담을 완화해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투자를 유도하고 복지를 개선하는 등 기본에 충실한 정책을 펴야 한다며 잠재성장률의 회복은 금융위기 극복보다 훨씬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과제라고 말했다.



홍수용 정재윤 legman@donga.com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