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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도 11년만에 금매입 나서나

Posted July. 04, 200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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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 확보 전쟁에 뛰어든 가운데 11년간 금을 외면했던 한국은행도 금 비축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복수의 한은 관계자는 3일 최근 2010년 외환보유액 운용계획 수립에 착수했으며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동향과 금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글로벌 금융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외환보유액 운용계획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이런 움직임을 조만간 금 매입에 나설 시그널로 해석하고 있다. 세계 6위의 외환보유액을 가진 한은이 보유한 금의 규모는 세계 56위에 불과하며 1998년 이후 11년 동안 단 1g의 금도 사지 않았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 확보 전쟁은 세계 1위 외환보유국인 중국이 지난 6년간 금을 454t이나 비밀리에 사들인 사실이 밝혀지면서 더욱 격화되고 있다. 454t은 한국은행이 보유한 금의 32배에 이른다. 중앙은행들이 이처럼 금 확보에 나선 것은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독점적인 지위가 약화될 때를 대비해 달러의 대안으로 금을 비축하기 위한 것이다.

내년 외환 운용 계획 수립 착수

한은은 공식적으로는 금 매입 방침이 결정된 것이 없고 검토 여부도 확인해줄 수 없다며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한은은 11월까지 내년도 외환보유액 운용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은의 운용 계획이 사전에 알려지면 국제금융시장에 큰 혼란이 생기고 국익에도 해로울 수 있기 때문에 못 밝히는 것일 뿐 한은이 조만간 금을 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한은에서 근무했던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한은이 수년 전부터 달러화에 집중된 투자를 다변화하기 위해 금을 포함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해 왔다며 한은은 투자 다변화 차원에서 금 보유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한은의 현재 금 보유량은 너무 적다. 그동안 왜 금을 안 샀는지 모르겠다며 달러의 지위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금 보유를 늘리는 것은 적절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한은 금 보유량 태국에도 못 미쳐

한국은행이 5월 말 현재 보유 중인 금은 14.3t으로 세계 56위 수준이다. 미국(8134t), 독일(3413t), 프랑스(2451t) 등 선진국은 물론 외환보유액 상위 국가인 중국(1054t), 일본(765t), 러시아(537t), 대만(424t)에 비해서도 크게 적다. 심지어 필리핀(154t), 싱가포르(127t), 태국(84t), 인도네시아(73t), 말레이시아(36t)에도 한참 못 미친다. 외환보유액 가운데 금 비중은 시가 기준 0.19%, 장부가 기준 0.03%로 세계 최하 수준이다.



정재윤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