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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초질서 세워야 할 경찰이 사고나 치서야

[사설] 기초질서 세워야 할 경찰이 사고나 치서야

Posted March. 26, 200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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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사실상 첫 경찰 진용이라 할 강희락 경찰청장 취임 이후 경찰관들의 일탈 행위가 잇따라 터지고 있다. 정복 차림으로 성인오락실에 들어가 단속하는 양 가장해 강도짓을 하지 않나, 요금시비를 하다 택시운전기사를 때려 숨지게 하지 않나. 경찰관 6명은 유흥업소로부터 단속무마조로 매달 수 십 만원씩 상납을 받거나 향응을 제공받았다. 경찰대 출신 한 경찰간부는 휴직을 하며 경찰공무원 입시학원에서 억대 연봉 강사로 부업을 했다. 사법시험까지 합격한 사람이 영리활동을 할 수 없는 공무원법 규정을 몰랐을 리 없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기초질서를 바로 세워야 할 경찰관이 도리어 국민에게 위해를 가하고, 비리와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강 청장이 취임사에서 공권력을 확립해 선진 일류경찰로 도약하겠다고 한 말이 부끄럽게 됐다. 이 정부가 법질서를 강조한지도 1년이 넘었지만 경찰관들이 이러고서야 무얼 기대할 수 있을까 싶다. 구성원이 15만 명이나 되는 조직이라 다소간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내부기강이 이렇게 문란해서야 사회 전체의 기초질서를 바로 세우기 어렵다. 기초질서가 엉망이면 외국인도, 외국자본도 들어오기 싫어할 것이다. 국민소득만 높아진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선진화는 국민이 법과 기초질서를 지키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누구나 법을 공평하게 지켜야 구성원 간에 신뢰가 형성되고 예측 가능한 사회로 발전한다. 준법을 사회적 자본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삼는 것도 그 때문이다.

불법시위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연간 12조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일반인들이 경찰관을 폭행하거나 협박하고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우리의 준법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27위로 꼴찌에 가깝다. 이렇게 된 데는 경찰의 책임도 무겁다.

우리나라처럼 경찰관이 제복 입기를 꺼려하는 나라를 찾아보기 어렵다. 경찰관은 국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법을 집행하는 공권력의 첨병으로서 스스로 직업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자면 경찰부터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행동거지를 반듯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