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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세끼 걱정 사회주의

Posted February. 23, 2009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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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끼 밥 먹는 것을 걱정하는 사회주의라면 그런 사회주의는 안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 이명박 대통령이 열흘 전 한나라당 청년위원회 관계자들과 만찬하면서 한 말에 북한이 격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1일 우리의 사회주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인민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고 우롱 이명박 패당 운운하며 흥분했다.

널리 알려졌듯이 북한에선 하루 세끼 밥 먹는 주민이 많지 않다. 작년만 해도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먹일 식량 100만t이 부족하다며 국제사회에 손을 내밀었다. 군대에서 간부들이 식량을 빼돌리는 바람에 강영실 동무(강한 영양실조에 걸린 동무)라는 신조어가 퍼질 만큼 영양실조가 만연해 있다. 세계식량계획(WFP)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장동건 씨는 북한에서 600만 명이 굶주림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1995년 이후 3년 간 고난의 행군 때는 주민 수백만 명이 굶어 죽었다.

당시 김정일은 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무덤인 금수산 기념궁전을 짓는데 8억 9000만 달러를 썼다. 그 돈의 3분의 1만 절약해 200만 t의 옥수수를 수입했더라면 기아()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작년 말에는 러시아 모스크바를 공식 방문했던 박의춘 북한 외무상이 김정일의 애용식인 고급요리 재료 캐비아(철갑상어 알을 소금에 절인 식품)를 챙겨갔다. 16일 67회 생일상을 거창하게 차린 것은 물론이다. 북한 주민은 세끼 걱정 사회주의인데 김정일만 캐비아 사회주의다. 주민들은 주린 배를 안고 지도자 만세를 불렀다.

남측의 북한 주민 걱정에 대해 조평통은 동족의 존엄과 체제를 악랄하게 모독하고 전면 부정하는 마당에 무슨 북남화합이 있느냐고 했지만 공허한 삿대질이다. 어떤 체제든 제 백성 굶기는 정치야말로 참을 수 없는 국민 모독이고 범죄행위다. 체제보다 중요한 건 세끼 밥 먹기이고, 사람 목숨이다.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나라에선 기아가 생길 수 없다고 인도출신의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아마티야 센은 강조했다. 설령 흉년이 든다 해도 구호식량을 나누어 먹을 수 있어서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