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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정일 생일파티 뒤에서 굶는 주민, 협박받는 남

[사설] 김정일 생일파티 뒤에서 굶는 주민, 협박받는 남

Posted February. 17, 2009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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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67세 생일잔치가 어제 성대하게 벌어졌다. 백두산에서는 불꽃놀이가 벌어지고 전국 곳곳에서 경축행사가 열렸다. 한 푼이 아쉬운 나라에서 억압과 곤궁의 주범인 독재자의 생일을 위해 물 쓰듯 돈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김정일 부자의 세습독재가 계속되는 한 북한 주민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북한 정권은 2400만 주민들의 불행을 돌보는 대신 내부 위기를 외부 탓으로 돌리는 상투적 대결노선으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러다가는 북한 주민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도적 관심마저 사그라질 것만 같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그제 생일 관련 행사에서 남한을 핵전쟁의 재난을 몰아오고 있는 반통일 호전세력으로 지목하는 새빨간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비핵화합의를 어기고 핵무장을 한 저들이 뻔뻔스럽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서해 도발 카드를 다시 꺼내든 북한이 누구를 향해 호전세력 운운하는가.

북한은 민족끼리를 외치면 자동적으로 남남갈등으로 이어지던 과거를 재현하고 싶겠지만 남북관계가 달라졌다. 전임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강행해 김 위원장과 북한에 대한 국민의 판단력을 마비시키려 했다. 북한 추종세력들이 우리 사회에 퍼지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는 2차 연평해전의 피비린내가 채 가시지도 않은 2002년 9월 부산 아시안게임에 이어 2003년 8월 대구 유니버시아드에 북한 여성 응원단을 초청했고, 생각 없는 일부 국민들은 미모에 홀려 얼싸안고 민족끼리를 외쳤다. 그들은 김 위원장의 사진이 비에 젖는다며 울부짖던 응원단이 보여준 북의 실상도 외면했다. 만삭의 몸으로 체제 선전극 아리랑 공연을 보러 갔다가 평양에서 출산을 한 뒤 마치 통일의 선봉대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 운동권 인사도 있었다. 모두 과거의 일이다.

김 위원장의 생일잔치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북한을 바로 보는데 도움이 된다. 북녘 땅은 유리걸식하는 청소년인 꽃제비와 강한 영양실조에 걸린 주민을 뜻하는 강영실동무가 보편화된 극빈사회로 변했다. 건설현장에선 아직도 맨주먹과 질통을 강조한다. 누가 오늘의 북한을 만든 책임이 김 위원장에게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