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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달래고 이압박 김정일 이중플레이

Posted August. 05, 2008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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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은 시종 북한 군부의 작품이다. 어느 쪼끄마한 병사는 지난달 11일 박왕자(53) 씨를 사살했고 3일 조선인민군 금강산지구 군부대 대변인은 박 씨와 한국 정부에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

북한 군부는 3월부터 남북 당국 간 대결의 전면에 나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부를 대남 전략의 최전방에 내세운 것은 선군() 정치라는 사상적 기반 위에 다양한 북한 내부의 정치 경제적 요인이 결합된 결과로 분석된다.

그러나 북한 군부는 금강산 관광사업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어 사태를 마냥 악화시킬 수만은 없는 처지다.

선군정치 앞세운 최고 지도자의 군대=올해 대남 강경 대응에 군부가 나선 것은 모든 방면에서 군을 앞세운다는 북한의 선군정치에 따른 것이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군부대에 대한 현지 지도(시찰)를 통해 충성심을 유도해 왔고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김 위원장은 상반기 중 총 49회 현지지도를 했는데 이 중 군대 방문에 25회(51%)를 할애했다. 대남 강경 대응 기조가 굳어진 4월 이후 22회가 집중됐다.

김 위원장을 가장 많이 수행한 최측근 자리는 지난해에 이어 김기남 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차지했다. 이명수 현철해(이상 인민군 대장), 김정각(인민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김격식(인민군총참모장) 등 군부 인사들이 뒤를 이었다.

정치 경제적 승리자=군부는 1990년대 이후 경제난 속에서도 제대로 작동해 온 거의 유일한 조직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한국 새 정부에 실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무력이라는 자원을 가진 군부를 움직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이후 나타난 북한 내부의 정치적 변화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지난해 104정상선언 등을 둘러싼 남북 화해 무드에 군부가 반발해 왔고 올해 대남 강경 기조와 금강산 사건 등을 그 연장선에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남북관계 급진전의 주역이던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최승철 부부장과 권호웅 내각 참사 등이 한국의 정권 교체와 때를 맞춰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른 대남 사업 분야의 권력 공백을 군부가 메우고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돈줄인 금강산 관광 포기하기 어려워=수년 전 탈북한 고위급 인사 A 씨는 금강산 관광 사업의 대가로 북한에 지급되는 달러는 대부분 군부가 사용해 왔다며 관광이 중단되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군부라고 말했다.

현대아산은 1998년 이후 올 상반기까지 북측 상대방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를 통해 모두 4억8602만 달러(약 4908억8020만 원)의 관광 대가를 지급했다. 아태는 조선노동당 산하 기관이고 벌어들인 달러는 당 39, 38호실을 통해 김 위원장의 개인 통치자금으로 사용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대해 A 씨는 김 위원장이 사업 초기부터 금강산 관광 대가는 군부가 사용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금강산 관광지구 내 옥류관 식당이나 서커스단 등은 군부 소속 외화벌이 회사인 백호무역회사가 운영하고 있다.

북한 군부는 3일 담화를 통해 한국 정부를 맹렬하게 비난했지만 금강산 관광 영구 중단 등의 강경책은 내놓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달러가 굴러들어오는 엄청난 경제적 이권을 차마 포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신석호 김유영 kyle@donga.com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