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는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깨끗이 정리하고 존경받는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는 시기였다. 유감스럽게도 일본은 그 황금 같은 기회를 놓쳐 버렸다.
존 아이켄베리 미국 프린스턴대 우드로윌슨스쿨 석좌교수는 21일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최근 한일간 외교 쟁점으로 다시 부상한 독도 문제와 관련해 이 같이 말했다.
아이켄베리 교수는 각종 국제적 현안을 유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과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자유주의학파의 국제정치학계의 석학이다. 현재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의 외교안보정책 자문팀도 이끌고 있다.
경희대의 글로벌 석학 프로그램 첫 번째 교수로 초빙돼 여름학기 강의를 하고 있는 그를 경희대 강의실에서 만났다.
-미국이 주도해 만든 NATO가 있는 유럽과는 달리 동북아시아에서 이런 안보공동체 구축은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한 비현실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시아지역의 안보는 미국과의 개별적 동맹관계를 통해 유지돼 왔다. 이에 따라 정작 지역 내 이웃 나라 간의 관개개선에는 소원했던 면도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지역 내 다자간 안보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아시아판 NATO와 같은 지역안보 공동체가 필요하다. 북핵 6자회담 체제 등이 그 전신이 될 수 있다.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동북아시아 내 외교 분쟁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그 해법은 있는가?
(과거에 대한 반성을 기반으로 한) 선의를 나약함(weakness)으로 해석하는 일본의 심리도 한 원인인 것 같다. (정직한 과거사 청산을 통해)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될 기회를 놓친 일본은 이제 중국의 부상과 주변국들과의 경쟁 등으로 더 어려운 입장이 됐다. 그러나 상대국들의 감정적인 외교술도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리한 요구는 오히려 일본 내 보수세력을 결집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오곤 했다.
-아시아지역은 경제적 협력 면에서도 다자간 협의체보다는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양자 협의체가 더 활발하다. 이는 상호 호혜적이지만 다른 주변국들에게는 배타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맞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이 지역 역시 상호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경제 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 에너지안보, 노동자이민, 환경문제 등 다자간 협의체에 대한 수요는 이미 충분하다고 본다.
-최근 이란이나 북한 등과의 적극적인 대화에서도 볼 수 있듯 부시 행정부의 외교 방향이 바뀐 것 아닌가? 현 행정부의 긍정적인 외교성과를 평가한다면?
인도와의 전략적 관계개선은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그렇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부시 행정부의 성과 리스트 목록은 짧다.(웃음) 부시 행정부가 최근 이란과 북한과의 협상에 적극적인 것은 일종의 오바마화(obamanization) 정도라고 해두자. 가변적인 변화일 뿐이다.






